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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강좌후기] 좋은 어른? 꼰대? 다 내 잘못인 것 같다면.




[강좌후기] 좋은 어른? 꼰대? 다 내 잘못인 것 같다면.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 청소년인권운동


이반

 



강좌를 마무리하면서 개굴님(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배경내씨)이 진행하셨던 워크샵에서, 마지막에 던지셨던 질문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얘기해보고 싶다.

 

(배경내 씨가 인권교육센터 들에 관련된 글을 쓰셨다. 이 질문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면 읽어보시길. <‘꼰대탈출은 가능한가?-'꼰대좋은 어른도 넘지 못하는 것>인권교육센터 들 홈페이지참조 http://www.dlhre.org/4577/)

 

‘그럼 좋은 어른이 되면 되는 걸까요?'

 

라는 질문을 듣고 강좌 참가자 중 어떤 분이강좌를 마무리 하는 자리였는데 정리하기 보다는 더 무거운 질문을 받아 간다고 하셨다. 인권캠프에서 '고민 나누는 시간(?)"에 가장 많이 나온 고민들은 '강사로서, 부모로서 청소년을 만날 때 자신이 꼰대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과 '청소년과의 거리를 좁히기가 힘들다'는 고민이었다. 이 고민이 '좋은 어른'이 되야 된다는 의무감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 고민을 듣고, 속으론 청소년들을 '청소년'이라고 보고, 한 개인이 아니라 특정 집단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구분은 이 사회에서 정말 당연하게 여겨지고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인데 좋은 의도를 가진 한 개인이 그 선을 넘는 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진 관계, 그런 공동체 안 에서 라면 몰라도..

 

사실 인권캠프에서 호야님이 말하셨듯이 여성-남성문제에, 여성주의에 대입해보면 청소년-비청소년 문제가 꽤 이해하기 쉬워진다. 비청소년이 이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고 청소년이 여성이라고 치환해보자면,

 남성(비청소년)이 아무리 인권감수성이 있고 약자인 여성(청소년)''대해주려고 노력해도, '남성(어른)와 여자(청소년)'라는 구분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개인이 '좋은 어른(좋은 남성)'이 되려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참가자 분들이 그걸 많이 느끼고 답답해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요즘것들 탐구생활' 강좌에 참여하신 게 그런 답답함 때문인 분들도 있을 텐데, 해결은 커녕 '좋은 어른'에 대한 고민만 가지고 끝났다고 느낀신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자녀와 부모,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를 동등하게 만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부여된 위치에서 결코 두 관계가 동등해지기란 어렵다는 자각, 비청소년의 허용 하에서만 청소년은비교적 동등한 관계를 경험할 뿐이라는 자각, 그러하기에 아무리 좋은 어른의 등장도 관계 자체에 내재해 있는꼰대성자체를 허물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할 때, 우리는 더 풍부하게 청소년인권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인권교육센터 들, 개굴님의 글(‘꼰대탈출은 가능한가?)에서 발췌).'

 

(사실 개굴님이 쓰신 저 글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대부분 나와있긴 하다..)

 

강사로서 청소년을 만날 때나 가족 내에서 청소년을 만날 때 느끼는 불편함. 그건 비청소년의 잘못이나 청소년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청소년과 만나면서 맺는 관계는 결국 이 사회 속에서 맺어지고, 그 관계 속에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꼰대성이 포함되어 있는 게, 슬프지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을 거다.

 

사람들 사이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 잡힌 청소년과 비청소년 사이의 위계관계에 대한 거부감이 일상 속에서 해결되긴 힘들다. 일상 속에서의 저항이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지만 나는 역시 나에게 반말을 하는 모든 비청소년들에게 내게 존댓말을 쓰라고 할만한 베짱이 없다. 그리고 그게 다 내 잘못이라고 하면 억울할 것 같다. 페미니즘보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도 하고, 일상적인 저항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나도 물론 좋은 어른들이 주변에 많이 있으면 좋긴 하다. 하지만 '청소년' '어른' 사이의 구분을 없는 것이 더 근본적이 해결 책이다. '좋은 어른'이 많은 사회 보다는,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는 것 보다는(물론 이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20대 이상의 사람들이 '꼰대'로 비춰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직은 영향력이 적은 청소년운동을 주변 청소년과 비청소년에게 알리고 힘을 보태주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청소년단체 -아수나로라던가...-에 후원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ㅎㅅㅎ)

 

글쓴이

이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원지부 활동가입니다. 청소년 활동가에게 빵과 장미를...

(vsnl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