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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여행일기] ‘행복한 고생 함께하면 더 단단해 지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행복한 고생 함께하면 더 단단해 지는 것그것이 여행이다



그립다(인권교육 온다 활동회원)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대부분 아무리 좋은 물건도 물건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쓸 수 없게 고장나거나 오래돼서 싫증이 나거나 암튼 여러 가지이유로 결국에는 버려지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이상한 마법이 있다. 그렇게 고생을 많이 했던 여행도 그래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여행도 집에 돌아와 추억을 되새길수록 의미나 행복감이 더 깊어진다. 하물며 여행에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있는 여행이라면 아마 평생에 두고두고 위로가 되는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난해 나는 내가 짬짬이 벌어놓은 알바비를 모아 남편이 가고 싶어 하던 스페인을 함께 다녀왔다.




여행기간이 짧으면 짧고 직장인으로 길면 길 수 있는 15일이었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다녀보면 늘 짧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미리미리 바쁘고 편하게 놀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을 마무리하려고 너무 무리했는지 떠나기 이틀 전부터 몸살이 심하게 온 것이다. 약을 먹고 좀 나아지긴 했지만 출발할 때 감기몸살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래서 남편이랑 나는 영양제링거도 맞고 나름 예방조치를 단단히 하고 떠났다.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로마를 경유해서 마드리드까지 총18시간 비행 끝에 우리는 새벽 마드리드 노보텔에 첫 여행 짐을 풀었다.



본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마드리드에서 34일을 머무는 동안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다녀올 수 있도록 톨레도여행가이드까지 예약한 터였다. 컨디션이 안 좋긴 했지만 첫째 날엔 프라도 미술관을 시작으로 솔광장(푸에르타 델 솔)과 솔광장 건너편 시계탑 건물 앞에 있는 킬로미터 제로 표식에 발도장도 찍었다. 킬로미터 제로 표식은 스페인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모든 도로의 기점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곳에 발을 올리면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모두 한번씩 이곳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리고 솔광장 오른 편에 보면 마드료뇨라 불리는 산딸기를 먹는 곰 동상이 서있다. 마드리드의 옛땅은 우르사리아인데 이는 곰의 땅이라는 뜻인데 과거에 곰이 자주 출몰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상징물은 돌과 동을 섞어 만들었는데 무게는 40t 높이는4m에 달한다. 이 곰 동상의 왼쪽 뒷꿈치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아틀레티고 마드리드 축구팀의 공식 엠블럼이기도 하다. 나도 여기에 발도장을 찍고 스페인여행의 행운을 빌며 곰의 왼쪽 뒷꿈치를 만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요르 광장을 지나, 산 미구엘시장, 마드리드왕궁, 그랑비아거리 등 피곤했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첫날을 보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고 밤부터 남편과 나는 열이 오르고 기침과 코가 수도꼭지 물처럼 흐르고 온몸이 손가락 끝까지 쑤시는 말 그대로 종합감기몸살이 제대로 다시 온 것이다. 우리는 너무 아쉽지만 다음날 톨레도와 세고비아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그리고 우선 집에서 챙겨온 쌍화탕과 한방약, 해열제 등을 챙겨 먹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자다가 간신히 일어나 식사하고 약먹고, 또 잠자기를 반복하며 마드리드 약국 투어와 호텔 감기숙박여행으로 이틀이나 보냈다.

너무도 다행인 것은 이틀 동안 숙면여행을 해서인지 마지막 날엔 몸이 훨 나아졌다는 것이다. 남편도 막판에 직장다니며 짬나는 데로 여행지 숙소예약하고 차량 랜트 등 체크하느라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거기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나한테 감기까지 옮았던 것 같다. 둘 다 열이 나는 상황에서도 나는 남편이 걱정되어 조금이라도 정신이 들면 남편의 이마에 수건을 적셔 올려주었는데 눈을 떠보면 그 수건이 내 이마에 있었다. 우린 서로 손을 잡고 맘껏 아팠다. 아파도 절대 외롭거나 슬프지 않은 몸살동행이었다. 마드리드 여행은 감기몸살여행으로 아쉽게 끝이 났지만 그라나다, 세비아, 론다, 바르셀로나 등의 여행은 건강회복과 함께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스페인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로지 최악의 순간을 함께 하면서 더 돈독해진 남편과의 마드리드의 감기여행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나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