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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청소년 인권] 여성청소년으로 살아남기

여성청소년으로 살아남기

 

 

희망샘도서관 밖으로 나가는 도서관 기획단원


대체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왜 남자라서, 여자라서, 차별받고 편협한 생각으로 평가받아야 하나요? 저는 여성 청소년입니다. 그리고 여성 청소년으로 세상을 살기는 참 힘듭니다.

양성평등을 가르치고, 존중을 추구하는 학교조차도, 아니 사실 학교에서 저희는 더많은 인권이 유린되고 있습니다. 한번은 한 음악선생님이 여자는 공부 안 해도,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잘 살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여성을 폄하하는, 사실 선생님으로서는 해선 안 되는 말이죠. 안타깝게도 섣불리 그 앞에서 비판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생기부와 학교생활에 불이익을 받게 될까 두려웠겠지요. 선생님들에게서 이런 편협한 사고가 담긴 이야기는 종종 당연하다는 듯 듣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이 많은 선생님이 아닌 남학생들은 어떤가요? 과연 미래사회에 걸맞은 평등한 사고를 가졌을까요? 일명 얼평이라고 하는 얼굴평가는 특히 여학생들의 얼굴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등 여학생들을 대상화하는 행위입니다. 문제는 남학생들의 몇몇이 아닌,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런다는 것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너는 순위가 높다라며 기뻐하라는 듯 말한다는 것입니다. 평가하고 점수 매기는 행위는 여성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말은 더 좋은 상품으로 생각해줘서 기뻐하라는 말밖에 더 되지 않습니다. 세계의 미래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만히 두면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저는 머리를 숏컷으로 자른 후 잘 어울린다는 말보다 남자들은 너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해, 그럼 남자들한테 인기 없어,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는 무조건 긴 머리의, 얌전하고, 연약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여성스러움으로 정의하여 그에 맞지 않으면 남성에게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그 기준은 순전히 가부장제에서 나온 기준이며, 개인의 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자는 왜 남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나요? 여성 또한 존중받아야할 하나의 인격체이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자유가 있습니다.

 

스타일의 자유라면, 옷차림 또한 뺄 수 없습니다. 짧은치마를 입는 것은, 달라붙는 옷을 입는 것은 성희롱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성희롱한 사람보다 그런 옷을 입은 우리가 더 비난받아야 하나요? 저와 제 친구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외출하는 날엔 아래위로 훑는 시선은 기본이며, 대중교통에서는 은근슬쩍 살을 치대는 아저씨도 많습니다. 그에 반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린 여자애가 대든다며, 왜 혼자 오해를 하냐며, 도리어 욕먹지요. 저희도 마음껏 옷 입고 싶습니다. 어린 여자애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옷차림에 대한 참견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은 가해자의 잘못이지, 저희 처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발 저희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가해자를 비난하길 바랍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공정한 대우를 받자는, ‘양성평등입니다. 남성들 너희가 지금까지 다 지배해왔으니 이제 우리도 지배해보자, 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남녀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보복을 두려워하고, 그 때문에 이렇게 얼굴을 모두 가리고, 혹여 사진이 찍힐까 무서워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여성인권은 사실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배우들의 용기로 미투운동이 시작되었고, 서지현 검사의 다짐으로 대한민국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던 그 때,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어냈습니다. 누군가의 시작이 없었다면 아직도 여성들은 투표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그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무도 없습니다. 2018년 현재,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우리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듣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은 반발이 많을지라도, 세상의 사고도 언젠가 변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은 성이 중요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길 바랍니다. 양성평등이 여성 투표권처럼 당연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