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오렌지가 좋아'의 10주기를 다녀오면서..

인권교육온다 2025. 6. 11. 15:20

어제 6월 10일은 '다산인권센터(이하 다산)'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서 활동을 했던 '오렌지가 좋아'의 10주기였습니다. 긴 시간 신장투석을 받았던 '오렌지가 좋아'는 돌봐야 하는 몸의 조건 때문에 급여를 받는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활동으로 자원활동을 해왔습니다. 활동가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찍기도 하고 활동가의 아이들을 찍어주는가 하면 중요한 집회나 행사에서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해마다 다산, 반올림, 그리고 지역의 활동가들이 모여 '오렌지가 좋아'가 있는 수원 연화장에 모여 '오렌지가 좋아'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오렌지가 좋아'가 좋아했던 피자와 햄버거, 콜라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만난 활동가들과의 담소를 나눕니다. 올해는 반올림에서 활동하시는 반도체 노동자였던 분과 현 반도체 노동자 분도 함께 하셨습니다. 각자가 기억하는 '오렌지가 좋아'를 떠올리면서 추억을 나눴습니다.

저에게 '오렌지가 좋아'는 언제나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헤드폰을 목에 건 모습으로, 어떨 땐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예전에 '오렌지가 좋아'를 안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때 장애여성들과 장애인들의 노동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오렌지가 좋아'는 자신의 취업준비 경험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면접 때마다 자신의 신체적 조건(신장투석) 때문에 번번이 떨어졌던 이야기와 면접 시 듣는 질문과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을 때, 저를 포함하여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오렌지가 좋아'의 마음과 상황에 이입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때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픈 몸을 가진 사람들의 노동권은 어디에서도 이야기 됐던 적이 없었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나눠주었던 '오렌지가 좋아'에게, '오렌지가 좋아'가 없는 10년이 지나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인권은 '정상'의 기준에 맞춰 사는 사람들에게만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우리의 인권교육활동도 모두의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년 11주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인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수원 연화장에 있는 '오렌지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