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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학생 생활지도, 아직과 이미 사이?

<인권교육 바람곳>은 온다에서 인권교육 활동 이후, 경험과 느낌을 나누는 곳입니다. 

상임활동가, 활동회원들이 함께 씁니다. 



학생 생활지도아직과 이미 사이?

광주 인권교육 활동가 역량강화과정 청소년인권을 만나다

 

 

   오랜만의 광주행이었다광주시와 광주인권교육센터 활짝의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한 <광주 인권교육 활동가 역량강화 과정>의 한 꼭지청소년인권교육으로 초대 받았다이번 과정에 참여하신 분들은 그 동안 인권의 가치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활동가들이자인권교육을 쭉 받으시기도 했고몇 번의 교육진행 경험도 있으신 분들이었다. 2월 초부터 인권교육의 전반적 내용과 의미헌법과 인권역사 속의 인권 등의 주제로 교육이 진행되었고 소수자/당사자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교육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되었던 것은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청소년인권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광주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이기도 하고 학생인권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기대를 갖고, 그 밖에 쟁점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주제를 뽑아 사례 토론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교육 장소에 도착한 참여자들과 간단한 몸 풀기 게임을 진행한 후모둠을 나누어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생각 트기를 위해 짧게 여는 강연을 진행했다과거의 학교와 요즘 학교의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을 비교해보며학교 안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방식이 대놓고에서폭력과 억압적 구조를 내면화 하는 식으로 미묘하게 변화해온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 생활지도 아직과 이미 사이


   이어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을 살펴보았다때로는 미성숙하고때로는 불쌍하고때로는 두려운 존재로 묘사하고 그려지고 있는 청소년들... 정말 그럴까하는 질문을 품고,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쟁점들을 얘기해보기로 했다몇몇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그 동안 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행되던 체벌교문지도과도한 규정 적용그에 따른 각종 징계 등에 대해 학생인권이 멈춰!”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그러한 과정 속에서 생활지도를 혁신하라!”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생활지도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대하면 좋을지생활지도를 혁신한다는 것이 체벌과 폭력이 있던 자리에 벌점’과 같은 또다른 통제장치가 들어서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닌지생활 지도라는 말은 괜찮은 건지... 무언가를 넘어서긴 했지만 아직과 이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 같은, 학생 생활지도를 둘러싼 사례들을 보며 모둠 별 토론을 시작했다.

   이번 토론은 월드 카페 토론의 형식을 가져왔는데인권교육을 진행할 때 종종 사용되는 댓글 달기 토론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법이다모둠 별로 호스트(촉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정하고이야기를 시작한다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면, ‘촉진자만 남고 나머지 모둠 구성원들이 자리를 옮겨서 다른 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촉진자는 앞의 대화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새로운 사람들과 간단하게 공유한 후이야기를 이어나간다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면서논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위의 네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사례 토론을 이어나갔다.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되었지만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신 것 같았다. 그만큼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학생인권이 던지는 질문들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






   주어진 사례들 중에서 특히 "학생법정시스템"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학생자치법정이 정말 '자치'일까? 자치법정위원회의 구성원은 어떻게 구성되나?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인가? 더 나아가, 모든 갈등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평등한 관계와 위치에서 갈등을 잘 마주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공론화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닌데, 마치 모든 문제를 '법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오히려  학교를 법과 규칙(누구의 '법'이고 누구의 '규칙'인가?)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반적으로는 '그린마일리지제도(상벌점제)'가 문제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벌점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걸까? 또다른 경쟁을 더 유발하는 건 아닐까? 때리지만 않으면 폭력이 아닌걸까? 


   이렇게 모둠 별 발표를 마무리 하고, '생활지도'라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나눴다. 아래는 한 교사가 쓴 글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생활지도, 원문은 “생활 안내(Life guidance)” 

ㅡ 아동중심교육 정신으로 돌아가야


" ‘생활지도’란 말은 원어로는 ‘life guidance’입니다.

원래는 ‘삶의 안내’인데, ‘생활 지도’란 개념으로 변질되었고…


(중략)


life guidance는 “실의에 빠진 아이의 손을 붙잡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그런 교사의 자세인데, 우리네 학교에서는 실내화 신고 바깥출입 못하게 하는 것이나,  약간이라도 개성을 발휘하는 청소년 학생의 복장을 단속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음에 통탄합니다. 이건 교육이라 할 수 없고, 최고로 좋게 봐서 ‘훈육(discipline)’도 아닙니다. ‘아동학대’라 고백해야 합니다. "

 

- 출처 : [ㅍㅍㅅㅅ 블로그] 생활지도라는 왜곡된 개념, 이성우(초등 교사) 

 

   학생인권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문제행동'인가? 어떤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가?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인권교육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일상 속의 이야기들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를 그리며, 그 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여러 규칙/제도/문화를 넘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학생인권의 길을 함께 제대로 찾아가면 좋겠다. 



-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