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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삼성초등학교 4학년 인권교육을 시작하며


<인권교육 바람곳>은 

온다에서 인권교육 활동 이후, 경험과 느낌을 나누는 곳입니다. 

상임활동가, 활동회원들이 함께 씁니다. 


* 온다는 지난 5월27일을 시작으로 7월8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총 7번에 걸쳐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매 주 한 번씩 인권 이야기를 통해 어떤 경험을 나눌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존엄과 평등, 차이와 차별, 내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권리, 참여할 권리, 연대의 권리 등 매 회 주제를 잡아 교육내용을 기획했습니다. 중간중간 후기를 남기며 교육을 통해 만난 새로운 경험과 고민을 나누려고 해요. 그리고 첫 번째 만남, 나름대로 장기적인(!) 이번 인권교육을 시작하며, 활동회원 호야 님이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삼성초등학교 4학년 인권교육을 시작하며


-호야 (인권교육 온다 활동회원)




첫 만남


  인권교육에 몇 차례 보조진행으로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 무척 떨렸다. 딱히 티내지는 않았지만(?) 첫 차시 전날 기획안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당일, 졸린 눈을 부비며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삼성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그분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솔직한 당시 심정을 말하자면 한 분 한 분이 정말 예뻐 죽을 것 같았다.) 그들이 마냥 어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이어서 그랬던 것이라기보다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살아있는 표정이 어린이인 그들에게서가 아니라면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라 그랬던 것이라고... 꼰꼰함(?)에 대한 나름의 변명을 해본다. 내 안에도 이런 식으로 어린이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한 셈. 앞으로 7차시까지 교육을 진행하며 어린이-성인 혹은 학생-교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고 싶다. 다른 온다 활동가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인권적인, 기억에 남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것들


  이번에 교육에서 만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학교가 학생 삶에 어떤 식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첫 차시 교육에서 느낀 것들, 마주한 불편함 등을 살짝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해도 돼요?’ 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는 어린이/청소년 당사자가 늘 어떤 틀 안에서 주어진 일을 수행하고 검사 맡는 역할이었지, 틀을 직접 만들고 내용을 결정한 경험이 없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 교사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는 느낌. 앞으로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는 어떤 것을 단순히 진행자 편의에 따라 결정해서 학생들에게 틀을 제공하는 것보다 틀 자체를 학생 스스로 논의하여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와 같은 학급을 맡은 난다의 태도에서 나는 이런 점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진행자의 의견도 물어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이 단순히 ‘허락을 구하는’ 것에서 그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학생의 의견과 누려 마땅할 권리들이 존중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다음으로는, ‘종’의 존재. 교사가 땡! 하고 울리면 모든 학생이 교사를 바라보게 되는 마성의(?) 종이 학급마다 존재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를 연상케 하는 이 종은 무척이나 불편한 것이었다. 종을 통한 자극을 가해야 얌전해질 수 있도록 훈육하는 것은 오히려 사육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유독 에너지가 넘쳐 시끌시끌했던 한 교실에서 어떤 학생이 내게 “선생님, 애들이 시끄러우면 이 종을 치면 돼요.” 라고 말하며 종을 친절하게 건네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결코 치지 않고 고이 옆으로 밀쳐 두었다만, 그 순간 나의 표정은 굉장히 복잡미묘했을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그램 설명과 같은 집중이 필요한 시점에 좀 더 들어주는 자세를 취해준다면 좋겠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학생들을 동물로 끌어내리고 싶지는 않다. 나의 목소리와 복식호흡을 단련해야 하는 부분일까ㅋㅋㅋ.


  또, 개념어가 초등학생 당사자에게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학생이 내게 ‘권리’가 뭐냐고 물었는데,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나름의 설명을 세 번이나 하면서 내 안에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권리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또 마주하게 될 개념어들이 너무 어렵지는 않은지 검토하면서 그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나는 이 프로그램을 완수해야 한다.’ 라는 마인드를 심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건 내가 아직 인권교육 경험이 부족한 활동가라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한된 시간 내에 기획안에서 계획했던 것을 수행하는 것이 나의 임무인 양 느끼면서 진행을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느낌도 받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본인들의 페이스대로 모둠작업을 하는 와중 나는 ‘얼른 끝내야 하는데’ 라며 종종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기획한 내용을 잘 살려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듯 진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페이스를 존중하고 생각을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인권교육 초보의 융통성, 진행력의 달림에 대한 한탄인지도 모르겠다ㅋㅋㅋ) 

  어쨌거나 단순히 지식 전수와 프로그램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인권적인’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남은 만남들을 잘 꾸려나가고 싶다. 부족한 활동가지만 온다 활동가들과 으쌰으쌰 잘 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