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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

[성명] 이미 너무 오래 끌었다! - 신봉고 학생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

이미 너무 오래 끌었다!

신봉고 학생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



  지난 10월, 경기도 용인 신봉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방송부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2013년부터 계속되어온 문제가, 학생들이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구제를 요청하면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옹호관은 애매한 판단을 내놓고 학교 역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며 연말이 되었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학교 측에 두 차례 질의서를 보냈고 그동안 시간을 두고 기다려왔으나, 아직도 학생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기에 신봉고등학교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한다.


  작년 신봉고에서는 방송부 학생들이 장비 교체에 대해 교장을 찾아가 의견을 낸 것을 두고 담당 교사가 ‘교권 침해’라고 나무라고, 이러한 갈등 끝에 방송부 학생들이 탈퇴서를 내자 교사들이 “테러범”, “내란음모”라고 학생들에게 폭언을 하며 불이익이 있을 거란 위협을 가했다. 결국 학생들은 탈퇴를 철회하고 방송부 활동을 계속했으나, 교사들의 구박과 언어폭력 등이 계속되자 참지 못하고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구제 진정을 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방송부 활동의 보장과 개선 등을 권고하긴 했으나, 정작 중요한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서는 ‘폭언이 있었지만 인권을 침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등의 애매한 판결을 내놓음으로써 학교 측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이후 신봉고 측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고, 전화로 질의를 한 시민단체들에게도 잘 해결해가고 있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학교 안에서 실제로는 사태 해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방송부 담당 교사는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었고, 방송부 학생들이 겪은 일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이나 언론에 제보한 것에 대해서 고발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수능 방송 준비 등에 관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책임을 떠넘겼으며, 방송부 학생들의 방송부 출입을 자의적으로 일체 금지해버린 일도 있었다. 지난 12월 2일, 방송부 학생들이 학교 안에 자신들이 당한 인권침해를 알리는 호소문을 배포․부착하자, 교사들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 징계를 하겠다는 등의 협박으로 응답했다.


 


자치활동 탄압,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신봉고 방송부 학생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부인할 수 없는 학생인권 침해이다. 학생들이 방송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폭언을 들은 것, 방송실 출입을 교사가 임의적인 이유로 금지시킨 것, 학생들의 방송부 탈퇴에 대해 위협과 ‘막말’, 언어폭력으로 제지한 것 등은 학생들의 자치활동의 권리를 짓밟은 것이다. 피해를 입은 방송부 학생들은 지금도 가장 바라는 것이 방송부에 대한 교사들의 편견을 없애고 자치활동을 보장받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치활동의 과정에서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고 인격권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신봉고에서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 사건에 대해 글을 올렸다가 이를 삭제하라거나 수정하라는 압력을 교사들에게 받았다. 최근에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호소문을 배포하자, 교사들이 경찰까지 불러서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거라거나 징계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기까지 했다.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제16조에서 “① 학생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는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학교는 교지 등 학생 언론활동, 인터넷홈페이지 운영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필요한 시설 및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신봉고에서 일어난 일은 이를 정면으로 어기고 있으며,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해치고 있다.


  우리는 신봉고 방송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서 몇몇 가해자들의 비뚤어진 위계의식을 본다. 가해자들은 학생들의 문제제기나 의견 제시를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매우 감정적인 대응을 보여 왔다. 학생들이 견디다 못해 방송부를 탈퇴하는 것이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호소하는 것조차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적으로 학생들을 굴복시키려고만 했다. 가해자들은 교사로서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방송실 출입금지를 근거 없이 내리거나 징계를 거론하여 위협하는 등,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나 대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가해자들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학생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라는 요구만 반복했다.


  이는 교사가 자신의 업무를 자주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로서의 교권도 아니고, 전문성과 인간미를 갖춰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의미의 교권도 아니다. 단지 학생들을 자기 아랫사람으로 보고 자기에게 무조건 복종하라는, 위계의식이자 권력욕일 뿐이다. 학생들의 인권이 교사의 위계의식이나 권력욕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민주적 학교 문화의 정착에도 커다란 해악이 될 뿐이다.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해결하라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은 폭언 등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의 ‘의도’를 거론하며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학교측은 이를 학교 차원의 인권침해 문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접하며, 경기도 교육청이 그동안 학생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고 구제하지 않으며, 학생들에게 좋게 좋게 잘 해보라는 식의 결정을 내놓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봉고 사건은 교사와 학생 개개인 사이의 감정적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안의 비민주적이고 위계적인 문화와 인권침해의 문제로 봐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관계 회복도 중요하지만, 이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청이 학교 측에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나아가서, 우리는 경기도 교육청에 대해 학생인권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에 대한 확실한 교육,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확실한 정책 등을 다시 한 번 주문하는 바이다. 또한 옴부즈퍼슨 개념으로 만들어진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에 관해서도 그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하다.


  지금도 신봉고 안에서는 가해자들의 위계의식과, 학생인권옹호관의 애매한 판단 등,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자치활동의 제한을 당하고 있다. 이미 1년을 참은 학생들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노릇일 것이다. 학교 안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으나 연말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해결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봉고에 사건 해결을 위해 학교 측에 조속히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1) 담당 교사, 그리고 언어폭력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 등에 연관된 가해 교사들에게 잘못을 인지시켜 사과하도록 하고, 이들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가하라.

2) 부적절한 태도와 부족한 인권의식을 보인 담당 교사 등을 교체하라.

3) 학교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4)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의 편견이나 억울함이 없어질 수 있도록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며, 학생들에 대한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가 없도록 하라.


 



2014년 12월 17일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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