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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참여자는 참여하는가? 이끌리는가?

  2 년전이지만 지금도 생생한 경험이 있다. ㅅ 지역의 한 단위에서 청소년 인권교육을 요청했다. 담당자와 확인해 보니 청소년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캠페인 활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2회기 인권교육을 요청했다. 청소년들이 모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많은 참여자의 동기는 '봉사점수'였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청소년 20여 명이 모여서 교육을 진행하는데 정말 등에서 땀이 분수처럼 솟았다. 어느정도 예상을 했기에 참여자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서 준비해 갔음에도 정말 '어떤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그 방에는 나만이 숨을 쉬고 있는 듯 했다.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그 상황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단체에서 올해도 또 똑같은 포맷의 교육을 요청했다. 갈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준비했다. 한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맘을 먹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리고 2회기 교육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쭈볏쭈볏하던 참여자들도 몸이 풀리면서 어느정도 맘도 열고 조금씩 조금씩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모둠별 토론시간에는 서로 의견을 주고 받기도 하고 좋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회기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2년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참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구나" 하는 맘이 들었다.


  ㄱ 지역에서 급하게 잡힌 교육이었다. 아는 분이 갑자기 교육을 진행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교육이었다. 교육 참여자들을 보니 얼마전에 내가 진행했던 참여자들과 같았다. 인권교육을 참여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방식이고 봉사 점수까지 똑 같았다. 불과 며칠전에 같은 조건의 교육을 진행했던 나는 대신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또 이번 참여자들은 인권교육을 받기 전에 이미 하루전부터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좀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전의 교육과 비슷한 연령대였고 비슷한 인원이었고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뭔가 참여자들이 이야기가 잘나오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어, 이상한데... ...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본인들의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지"하는 것이 내 교육 내내 받은 느낌 이었다. "비슷한 조건에서 진행했던 ㅅ지역과 왜 ㄱ지역의 교육반응이 이렇게 다르지?" 골똘히 생각해봤다. 물론 많이 차이점이 있게지만 내가 찾은 답은 이거다. ㅅ지역은 청소년들만 교육에 참가했다. 청소년들끼리 몸풀기도 하고 토론하고 서로간 이야기를 나눴다. ㄱ지역은 모둠별로 대학생을 도우미로 두면서 조장 역할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조장 역할을 하는 대학생들이 청소년들의 의견을 조정하거나 혹은 정리(?)했던 것이다.


  교육은 참여자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잣대 봤을대 ㅅ지역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거칠더라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ㄱ지역의 청소년들은 결과로 나온 이야기는 매끄럽지만 뭔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고민이다. 나는 교육에서 참여자들과 생각을 나누고 영향을 주고 받는 진행자인가 아니면 그들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사람인가? 오늘도 정신차리면서 교육활동해야 겠구나 생각했다.


이세훈(인권교육 온다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