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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Y고 민주시민인권동아리와 함께한 청소년인권교육

Y고 민주시민인권동아리와 함께한 청소년인권교육



- 호야 (활동회원)

 



1. 준비 과정

- 교육 내용: 온다에서 사용하던 청소년 인권(, 고등학생 참여자) ppt 자료를 두어 개 받아서 추가 및 재구성을 해 가져갔다. 자료 중 업데이트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활동가들이 평소에 이슈 관련한 자료들을 축적해두었다가 자료에 반영을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예로, 청소년 인권이라는 주제와는 살짝 거리가 있어서 넣지 못했지만 얼마 전 있었던 선암여고 탐정단의 동성애 키스신 논란, 레진코믹스 유해사이트 지정과 같은 이슈들을 차별, 표현의 자유, 청소년 보호 등의 영역과 연관 지어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M초등학교 5학년 교육 때나 이번 교육에서도 청소년 분들이 최근의 이슈와 관련된 논쟁에 많은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부분에서 인권교육이 시의성 있는 이슈를 가지고 해당 주제를 다룰 수 있다면 조금 더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가 늦어져서 당일 새벽에 자료를 완성했고프로그램도 열린 형식으로 간단한 전지 모둠작업(주제와 관련한 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하여 발표하기)을 진행했는데, 의외로 참여자들이 모둠작업의 방향성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열려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갖지 않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 담당교사와의 소통

준비가 늦어져서 프로그램도 당일에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담당 교사에게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요청하지 못했다. 덕분에 당일에 가서 교육시간 전에 황급히 매직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잘 협조해주셔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마이크 사용을 중간에 제안해 주셨는데, 나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고 (목이 크게 아프지 않음, 전해야 하는 내용을 명확히 전달 가능) 앞으로는 교육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마이크도 사용이 가능한지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사용할 수 있었으면.

 

 

2. 교육시간

2교시, 50분씩 1시간 40분가량 교육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이 모둠작업에 굉장히 열성적이어서 모둠작업에 계획했던 것보다 5~10분가량의 시간이 더 소요되어 ppt 마무리를 모두 하지는 못했다. 모둠작업에 대한 코멘트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간상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즉각적인 반응을 줄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생각. 예로, 셧다운제 관련하여 여성부를 문제시하는 발표자가 있었는데, 그분이 여성부=여성들이 운영하는 정부 부처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청소년 보호에 반대하는 것인지 여성부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인지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공 부족으로 순간 짚어내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간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짚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ppt와 관련된 교육을 할 때 늘 드는 고민이 너무 나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인권적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를 택하다보니 참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것에 녹아있는 인권의 시선을 짚어내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전달하고 오는 데 집중하게 되는 듯하다. 이것이 단순히 시간상 택해야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인지, 내공의 문제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온다에서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청소년 인권을 다룰 때, 미성숙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청소년 분들이 뭔가 굉장히 또릿또릿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다. 나는 이 부분이 참여자의 삶에서 어떻게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참여자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더욱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싶다. (하지만 전혀 감은 잡히지 않는다...)

 

교육 분위기는 꽤 좋았는데, 이 원인이 참여자들의 특성에 있었던 것인지, 마이크를 잡은 교육가 + 담당 교사의 통제(조금 잘 되지 않는 모둠의 모둠작업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임) 때문인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 분위기가 사실 (교육가)에게 얼마나 참여자들이 집중했는가?’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게 애초에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모둠작업에 소외되는 참여자 없이 다들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이 부분만큼은 교사의 개입이 없었다. 이런 문화에 참여자들이 익숙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발, 복장 규제가 없는 학교라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하고 주제를 가져갔는데, 모둠작업에서 두발, 복장 규제에 (완전히) 반대하는 주장의 대자보를 쓴 모둠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이 분들의 주장이 영향력을 가지고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알려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인권교육에 바라는 점(이것 한 가지는 남겼으면 한다)이 있다면, 청소년도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참여자분들이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결정과정에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이 나를 돌아봤을 때 가장 존엄하지 못한 순간이라고 느끼면서 정리된 생각.

 

 

3. 후속

Y고등학교 민주시민동아리 단톡방이 있다는 소식에 초대를 받았다. 사실 강의 후에 교육가가 그 방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참여자분들이 진솔한 평가를 내리기 힘들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은데, 학교 내에서 동아리의 위상, 역할이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거리가 생기고, 진로와 유사한 동아리에 들어가 미리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것 등으로 굳어지는 현재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후기 역시도 생활기록부에 바탕이 되어 들어갈 내용이라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민주시민동아리라는 취지로 시작했으나 바탕부터가 스펙으로서의 동아리, 유의미한 경험 제공처, 교사의 호의(생활기록부를 잘 작성해주겠다)에 기반하고 있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추세를 온다 자치팀에서 지적하고 청소년 자치교육에 녹일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자치팀 부활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