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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를 만나다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를 만나다  



  인권 교육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냐면 우리는 흔히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될때 사건을 사건으로만 접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들 중 하나가 바로 '복수노조'라는 것이다. 사실 복수노조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노조라도 만들려고 하면 10년동안 회사를 다녔어도 알지 못했던 우리회사 노조를 알게된다. 쉽게 말해 유령노조 인 것이다. 이런 유령노조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조조차 만들지 못하고 얼마나 고통이 허덕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노동계는 그동안 복수노조를 허용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막상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오히려 노동계는 더 죽을 맛이다. 회사에서는 대놓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민주노조를 억압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억압, 어용노조, 복수노조로 설명하면 그 안에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올 초부터 경기지역에 있는 한 금속노조 사업장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제목은 '회사내 관계진단사업'이다. 이 사업장은 몇년전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했고 당시 회사가 직장패쇄를 하면서 노조조합원을 탈퇴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절반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 결국 이 사건은 노조도 파업을 중단하고 회사도 직장패쇄를 중단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남아있는 노동자들에게는(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고 만다.

 

  "같은 라인에서 3명이 작업하는데 저만 조합원이예요. 그래서 하루에 2-3마디 정도해요. 일하다 보면 전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옆에서 우리 라인을 '침묵의 라인'이라고 해요."

 

  "파업할때는 좋았거든요. 아줌마들이 밥도 해주면 같이 먹고 술도 먹고 같이 노래 부르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줌마들이 노조 탈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술 먹고 울었어요. 지금은 인사도 안해요."

 

  "탈퇴한 사람들 전화번호를 싹 지웠어요. 꼴도 보기 싫어요. 얼굴만 쳐다봐요 욕이 나와요."

 

  " 친한 사람이 탈퇴할 때 속상했어요. '왜 나한테 얘기 안했냐?'라고 했더니 '너를 못 믿는다'라고 하는 거예요. 나한테 얘기 하면 얘기가 샐까봐 못한다고. 나이도 좀 있고 그런데 지금도 서로 그때 이야기는 안해요."

 

  "탈퇴를 비밀로 하고 나를 못믿는다고 하니...... 그날 저는 다행히도 생산않고 실사였거든요. 다리가 떨려서 주저 앉았어요".

 

  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나본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그 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몇 년동안 혹은 10년을 넘게 같이 일하고 술도 한잔하고 하던 사람들이 그냥 남이 아니 적이 된 현실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곳에는 찬바람만 돌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오랫동안 만나는 사람들과 이렇게 관계가 좋지 않으면 그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그 길이 너무 고통 스럽지 않을까? 복수노조라는 정책이 사람의 삶을 이렇게 파탄낼 수가 있을까? 과연 이런 회사가 매출은 잘 될까?

 

  이 노동자들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더 재미있게 삶을 살아가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노조라는 것이 직장생활을 좀더 행복하게 해 보자고 만드는 것인데 노조 때문에 힘들어 지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래서 어떻게 우리가 먼저 변할 수 있을까 고민중이다.

 

  아직 이들과의 사업은 끝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고 다른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많은 고민을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이들이 행복한 직장생황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도 같이 노력을 도왔으면 한다.

 

 

<점심시간에 조합원들이 돼지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회 간부들이 1박 2일 수련회를 가서 우리 조직에는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바꾸어야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 이세훈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