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게 제일 좋으려면..
인권교육온다 와플
모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축구단에 소속된 초등학교 학생들과 스포츠 인권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담당종사자는 축구장에서 오가는 혐오발언이나 차별적인 말들에 대해 다뤄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교육제목은 학생들의 어린시절을 추억할만한 “뛰는게 제일좋아”로 지었습니다.
“어? 뽀로로 노래 같은데? 뛰는게 제일좋아~” 뽀로로를 기억하는 한두명이 노랫가사를 흥얼거리니 여기저기 목소리가 더해지고 마침내 공간에 모인 학생들이 떼창을 불렀습니다.
“야 이 게이야.”
본격적인 교육 시작 전 동요된 동심에 찬물을 끼얹듯 한 학생이 옆 친구에게 한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친구를 놀리려는 목적으로 말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말을 내뱉은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아 왜 저한테 그러세요?” 학생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며 학생들이 좋아서 하는 축구가 모두가 즐겨야 하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속에 어떤 불평등이 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선수와 관중 모두가 즐기는 축구장을 짓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목숨을 잃고 남학생들이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축구장에 여학생들이 뛸 수 없는 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참여자들에게 축구를 하며 어떤말을 듣고 싶고 듣고싶지 않은지 적어보라고 하자 몇몇 학생은 진지하게 적어내려갑니다, 축구장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도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교육 중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과 주의깊게 듣고싶은 학생들을 보니 상황을 어찌 대처할지 머릿속이 망설여집니다. 어떤말로 상황을 멈출수 있을까, 단호함과 친절함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단호하게 친절할 수 있을까 여러대응방법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결국 옆에 계시던 사회복지사님이 투닥거리던 두 아이를 떨어져서 앉도록 안내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과 두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고나니 목이 쉬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친구에게 게이라고 놀리던 학생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 학생을 둘러싼 환경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그 말은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일 겁니다. 차별이나 혐오의 목소리를 잠재울 요소 중 하나가 교육일텐데 제 이야기가 그 아이에게 얼만큼 들렸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러면 안된다는 말을 얼만큼 하면 차별과 혐오의 말이 줄어들까요. 대항표현을 이야기 했지만 그말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반복효과의 가능성에 기대어 혐오보다 대안의 말들이 더 많이 들려지고 기억의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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