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책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에서 따왔습니다.)
상임활동가 상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12회기에 걸쳐 정신장애인 분들을 만났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해째입니다.
전 처음 만나는 분들이라 만나기 전 너무 설레고 떨렸습니다. 다행히 앞 6회기는 상임활동가 와플이 해주니 조금 위로가 되었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정신장애’라는 장애 유형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 주변에도 이미 정신 장애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부담이 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이 범죄의 원인을 자신의 정신병으로 원인을 돌리는 탓에 사람들에게 정신장애에 대해 색안경을 쓰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저 또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를 좀 더 신중하게, 오해하지 않고 왜곡되지 않도록 잘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봤습니다.
제목을 차용해 온 책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에서 인정과 자기관계 챕터에서, “인정과 긍정적 자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 사이의 연관성이 시사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호네트와 앤더슨은 그 연관성에 대해 ‘긍정적 자기관계는 오직 상호인정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헤이키 이케헤이모 또한 호네트에 대한 논평에서 ”인정의 태도로 대우받는 경험“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기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논한다(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2019; 229).” 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현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만나는 정신 장애인 분들을 인정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 장애인들이 겪는 반 인권적인 문제들은 제가 아니라 당사자 분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 경험이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것이었음을 알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동안 타자화했던 주체들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 저의 과제였습니다.
12회기의 만남 이후, 저의 과제를 어느 정도 잘 해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당사자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우연히 도서관 내 카페에서 만난 당사자 분의 반가운 인사 속에서 그 답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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