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해'
온다 상임활동가 와플
올해도 경기복지재단이 주관한 인권 기반 사회복지시설 운영지원사업에 모니터와 교육으로 참여했습니다. 경기복지재단에서 이 사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되었네요, 작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 참여하며 같은 사회복지기관이라도 구성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숙하고 조용한 곳, 위계로 경직된 곳, 말없이 서로 은근하게 챙기는 복지관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며 친밀해 보이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구성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보이는 것과 별개로 일터로서 복지기관에 속한 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공통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교육 전 담당자와 교육 진행방향과 복지관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주업무가 이용인 복지증진에 있다보니 종사자의 인권보다 이용인에게 서비스를 잘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인권친화적인 현장을 만들려면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참여하는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안에서 학생인권못지 않게 교사의 노동권과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듯 복지관도 이용인 못지 않게 종사자의 인권도 중요합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 1항 “모든 사람은 식량, 의복, 주택, 의료, 필수적인 사회역무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복지가 곧 인권의 실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용인에게 제공되어야하는 종사자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종사자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와 연결됩니다. 종사자가 일할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다양한 이용인들의 필요를 채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온다는 오래전부터 이용인뿐 아니라 종사자 인권의 중요성을 다룬 인권친화적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교육에 담고 있습니다. 교육 중에 종사자들과 동료간, 복지기관 안에서 겪는 업무적, 관계적 어려움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이야기 할 때 다음과 같은 어려움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참여한 기관들의 어려움 중 공통적으로 발견된 부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친밀함에 가려진 불편함과 두려움
직장안에서 친밀함은 때론 독이 될 때도 있습니다. 서로의 노고와 어려움이 있을 경우 동료의 위로에 기댈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 동료가 사라지면 기댈 언덕도 사라지게 됩니다. 동료나 이용주민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할 경우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속으로 삭히거나 동료들에게 “어떻게 하냐”며 위로를 받으며 달랠 때 ‘외로움’이란 단어를 떠올립니다. 노인복지관은 젊은 여성 종사자에게 어르신이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불편하지만 어쩔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관계는 수평적 업무는 수직적
다소 아이러니한 이 문장은 조직운영을 위해 통용되는 말이기도 하지만 조직안에 발견되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권한위임을 어떻게 하느냐도 문제지만 업무와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돌리는 형태는 번아웃의 지름길이 됩니다. 이용인에게 어려움을 당한 동료에게는 비교적 역지사지가 되지만 업무분담에 있어서는 ‘나도 힘들다’는 이유로 능력이 많아서,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한명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약형태에 따른 소속감
사회복지기관 안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존재합니다. 때가되면 떠나야하는 이들은 복지관에 속해있지만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존재합니다. 그들의 처우에 관한 불평등은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누구보다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은 그 온도차를 확연하게 느낍니다.
사회복지기관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구성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권선언문, 약속문 제정과 인권관련 팀 구성 등이 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구조안에 속한 사람들이 어차피 만들어도 그렇게 안될것이라는 불신이 있습니다. 동료간 신뢰나 믿음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권관련 팀이나 선언문을 만든다면 구제시스템은 서로를 보호하기보다 서로 감시하는 장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선언문을 만들어놓고도 있는줄 몰랐던 기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인권친환적인 문화 형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구조를 바꾸는 것과 개개인의 변화로 문화를 바꾸는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정답은 없습니다. 분명한것은 조직문화가 변화되기위해 서로가 성장하는 과정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거죠. 경기복지재단 사업이 한 기관에 3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변화를 가져가는 이유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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