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여행에서 만난 우리의 자부심들
온다활동회원 그립다
2024년 12월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역사적 겨울이 되었다. 한해를 평안한 마음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때 난데없이 비상계엄이라니.....우리나라가 이러는 동안 다른 먼나라 이웃나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평화의 축제인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한국의 헤밍웨이라고 불리는 아시아 여성최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때 마침 여행기와 관련한 글을 부탁받으면서 얼마 전에 남편과 다녀왔던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떠올랐다.
스웨덴 시청사외관 사진제공:그립다
사실 우리나라에 이런 일만 없었다면 2024년은 개인적으로도 평안하고 의미 있는 해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남편이 한 직장을 다닌 지 30년 되는 해이고. 딸램이 취업하고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한 우리 가족에겐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내가 기관에 제출할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을 때 남편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자기도 문득 뭐가 떠올랐는지 ‘여보 생각해보니 나는 이력서를 한번 밖에 쓴 적이 없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듣는 순간 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어머나 그러네 그러고 보니 우린 정규직 남편과 비정규직 아내구나~ 둘이 웃고 넘겼지만 난 늘 비정규직이라 계약이 만료되면 항상 써야 하는 이력서다. 그동안 썼던 이력서는 얼마나 되고 앞으로 몇 번이나 써야 할까? 그럼에도 남편이 회사가 넘 재미 없어지고 있어 피곤하고 조금만 쉬고 싶다고 말했을 때 너무 공감 되었다. 같은 일을 30년이나 했으니 의미도 있겠지만 얼마나 지루 할까! 먹고 살자니 가족을 위해 얼마나 참았을지..안스럽기도 했다.
처음 남편이 한 1년정도 안식년을 내고 싶다고 스치듯 말했을 때 여러 가지 생각하면 복잡할 것 같아서 나는 남편에게 ‘30년 일했으면 충분히 쉴 자격이 있다’며 낼까 말까 하는 남편을 부추겨 결국 안식년을 갖게 했다. 뒤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지만 별 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일단 쉬고 생각하자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럴 때 용감 할 수 있어 좋다.
그렇게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은 안식년 서류가 통과된 6월에야 폴란드로 떠날 수 있었다. 생애 처음 비지니스를 타고 15시간 만에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세달 가까이 되는 여행일정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거쳐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다시 폴란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끔 숙소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뿐 어느 곳 하나 후회되는 곳이 없이 잘 짠 일정이었다. 그동안 남편이 도서관에서 그렇게 열심히 여행 책을 빌려본 덕일 것이다.
스웨덴 시청사 내부와 온다활동회원 그립다
사진제공:그립다
우리가 방문한 모든 나라가 다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올해 한강작가가 아시아 여성최초로 수상한 노벨문학상의 시상식이 있었던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와 2000년 12월10일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식의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를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는 이미 알고 있듯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곳으로 1923년 라구나르 오스토베리에 의해 세워진 후 스톡홀름시내 최고의 명소라 할수 있다. 특히 매년 12월에 노벨상 시상식 및 축하 만찬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청 안에는 이탈리아 광장을 연상케하는 블루홀과 1,800만개 이상의 금박모자이크로 장식된 골든홀, 스톡홀름 시 행정의 중심인 시의회 회의장 등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완벽할 것 같은 시청사 안에는 옥에티가 숨어져 있는데 골든홀로 들어설 때 문 윗쪽을 잘 보면 머리가 가려진 그림이 있다. 하필 이 도시의 수호성인인 에릭의 머리가 가려진 것이라는데 이건 설계할 때 무늬 배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약점이 오히려 시청 관광의 다른 포인트가 되어 시청사 투어 시 생각지 못한 반전의 재미를 주고 있다. 설명을 듣고 다양한 나라의 여행자들이 너도 나도 찾아 확인하려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도 그 재미에 함께 했지만 말이다. 여행에선 왜 이런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가게 되면 꼭 찾아보시라.
우리 같은 개인여행자는 사전 신청하면 45분간 가이드 투어로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시청사 탑은 5월~9월에 스톡홀름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여기 뿐아니라 유럽여행지에는 대부분 성당이나 시청사탑 같은 곳에서 전망을 볼 수 있도록 오픈 하는 곳이 많은데 어떤 곳은 처음부터 걸어가거나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계단을 다시 숨차게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일단 올라가 탑에서 보는 시가지와 멋진 전경은 고생을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특히 스톡홀름 시청의 시계탑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큰 시계탑이 이 탑을 모델로 그려졌다고 한다. 난 일본 애니메이션을 잘 보진 않지만 이야기를 듣고 언제 돌아가면 여행을 회상하며 이 애니메이션을 꼭 봐야겠다고 맘먹었었으나 아직도 못보고 있다.
스웨덴 다음으로 이동했던 나라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다.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완벽한 모습은 보지 못해 아쉬웠다. 두개의 갈색치즈라는 별명이 있는 오슬로의 시청사는 독립 900주년을 기념해 1950년에 문을 열었다. 시청사 1층 메인홀에는 매년4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데 특히 1990년 이후부터 노벨평화상의 시상식으로 이용되어 12월10일에는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은 시민들에게 개방된 열린 공간으로 전 세계 시청사 건물 중 관광객들에게 중요시설을 무료로 자유롭게 개방하는 곳은 오슬로뿐이라는 사실! 외관부터 내부까지 모두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독립한 조국에 바치는 노르웨이 예술가들의 역작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시청사는 시민들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평화센터 외관과 전시 스크린
사진제공:그립다
노벨평화상과 관련하여 오슬로에는 노벨평화센터가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상하는 다른 노벨상들과 달리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시상하는 것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면면과 세계평화를 주제로 하는 각종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2005년 옛 오슬로 서부역이었던 곳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모든 사람과 단체를 소개하고 있는 노벨필드, 노벨의 생애가 담긴 전자책이 있는 노벨 챔버, 수상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벽면의 대형 터치스크린이 볼거리이다. 또한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비롯한 전쟁, 난민, 인권에 관련된 다양한 사진전은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는 유일하게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계셨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 최초 수상자이면서 노벨상 100회 수상자였고 노벨상 100년 역사상 위원회 반대의견이 없이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어 그때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그런데 올해 노벨문학상을 한강작가가 수상하면서 대한민국의 더 없는 자부심이 되어 주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12.3 비상계엄의 충격과 내란수괴의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비록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걱정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고 있지만 분명 우리가 밝히는 촛불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곧 더 환하고 시민 모두가 평안한 이전의 일상을 다시 찾게 될 것을 믿고 있으므로 언젠가 우리의 자부심이 또 하나 새겨진 스웨덴과 노르웨이에 재방문해서 우리나라 노벨상의 주인공과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기쁨과 자부심을 맘껏 느끼고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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