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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와플(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모 복지관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이야기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성인이고 결혼과 출산을 경험했지만 인지가 느린 터라 특정 상황에 거절하는 게 어려운 분들이라고 했다.

 

10분정도 일찍 도착해 교육 장소로 가니 비니모자를 쓴 참여자가 먼저 앉아있었다. 예쁜 귀고리와 팔찌와 목걸이가 그 시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듯 반짝거렸다.

 

안녕하세요. 귀고리가 너무 잘 어울리세요~” 눈 마주치기를 어려워하는 참여자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끄러운 듯 방긋 웃었다. 이후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한 분씩 나타났다. 싱글벙글 긍정에너지를 발산하는 분도 있고 컨디션 난조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참여자도 있었다.

 

낯선사람과 만남으로 생긴 분위기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날아갈거 같다는 카드를 집은 긍정에너지 가득한 참여자는 카드의 내용과 달리 예상외의 답변을 했다.

 

"저는요,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참 행복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슬퍼요."

 

순간 목울대가 매캐해졌다. 그분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검열하지 않은 진심은 때론 누군가의 마음을 관통하는 힘을 갖는거 같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라는 동화책으로 성별고정관념을 이야기 할 때 참여자들은 집중하며 들었다. 이 책은 메리워즈워커라는 여성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으로 여성에게 바지가 허용되지 않는 시절 바지입기를 결심한 어린 메리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바지 입고 등교하는 장면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성별고정관념을 이야기 할 때 몇 분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여성이 목수를 할 수 있고, 남성이 간호사나 어린이집 교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처음듣는 말이라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이후 처음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던 참여자가 힘들어했다. 허리수술을 받은 분도 앉아있기 어려워 보였다. 참여자들은 서로가 보호자인양 힘들어하는 참여자를 염려하느라 교육에 집중하지 못했다. 최대한 짧게 이야기하고 교육을 마무리 했다. 워낙 교육전에 담당자로부터 참여자들의 특성을 듣고 쉬는 시간 없이 빨리 끝내려고 한 게 오히려 참여자들을 힘들 게 한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교육을 마치고 담당자와 피드백을 나눴다. 사실 이렇게 교육 이후에 이야기를 나눈건 처음으로 담당자의 참여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지 않으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다. 담당자는 그간 여성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교육만 했던터라 성별고정관념에 관한 교육이 앞으로도 진행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참여자들과 단기성이 만남이 아닌 장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 했다.

 

복지관을 나오는 길에 참여자 한 분을 만났다. 마주친 김에 마칠 때 못들은 소감을 듣고 싶었다.

 

"00~ 오늘 좀 어떠셨어요?"

"좋았어요. 다음에는 좀 재미있는거 하면 안되요?"

"어떤거요?"

"막 때리는거.."

"..저희는 때리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곳이예요. 다음에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서 올게요.“

~~“

00님은 잠시 골몰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자와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와 참여자와 만남을 복기했다. 눈이 동그래지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과 길게 만나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졌다. 의존이 일상이던 삶에서 자신과 서로 돌볼 힘을 아는 삶을 사는 건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