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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소통하는 인권현장 만들기

이용인이 그린 손그림
인권과 민주주의 시간 참여자가 남긴 시

                                                                                           와플(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이용인과 종사자를 만났습니다그동안 한 시설에서 이용인과 종사자가 함께 받는 교육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교육은 고무적인 일이죠.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루어진 종사자 교육에서 상반기는 돌봄과 인권친화적 조직문화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코로나시기를 지나며 더욱 중요해진 돌봄의 가치와 인권을 연결시켜 종사자 돌봄 행위를 어떻게 정의로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교육 초반 참여자들에게 불가피하게 돌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 질문 했습니다. 관리직급 종사자는 진정성있고 원할 때 받을 수 있고 가족과 같은 돌봄을 받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이용인와 함께 생활하는 종사자는 일률적인 케어가 아니라 나의 의견이 존중되고 상호간의 배려가 있는 돌봄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종사자는 한참을 빈 종이 위에서 서성이기며 끝내 아무말도 남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몸으로 직접 돌봄을 수행하는 분들이라 돌봄 앞에 다소 복잡해진 감정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짧은 시간에 피곤한 몸으로 듣느라 무기력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분들이 하는 돌봄이란 노동이 가치있는 일로 함께 만들어가야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용인 교육에는 초반에 10명 정도가 적당할거라는 요청을 드렸지만 기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첫날에는 40명의 이용인들이 참여했습니다. 어느정도 소통이 되는 이용인부터 시각, 청각장애를 가진 이용인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맞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분한분 동의를 얻고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희미한 미소, 눈 깜박임 등 동의의 몸짓을 나타내는 참여자만의 언어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요, 표현이 어려운 참여자 곁에 아무래도 사진은 어려울거 같다고 조심스레 이야기 하는 지원사의 모습은 세심했습니다. 이용자와 교육을 할 때 활동지원 정도에 따라 교육의 질은 달라집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참여자 곁에서 그분이 눈이 되주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지원사 분, 자기표현이 익숙하지 못한 이용인의 등을 시종일관 어루만지며 독려하는 지원사의 다양한 돌봄은 존엄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몸으로 하는 활동과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리 입수한 참여자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면 누군가는 따라 부르고, 춤을 좋아하는 참여자에게 마카레나를 요청하여 함께 춰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이 가고싶은 이용인이 바지를 내리려고 하자 지원사가 화장실로 안내했습니다. 과잉행동을 보이는 이용인의 양 옆에는 지원사 두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두 분 모두 이용인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이용인의 팔이 다른 사람에게 뻗치는 0.5초의 시간을 조율하는 모습이 31조 같았습니다.

 

두 번째 종사자 교육에서는 종사자간에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 했습니다. 공감과 마음이 인간과 인간을 연결짓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오전에 감각한 경청의 자세를 토대삼아 영화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오후시간을 마무리 했습니다. 오후시간에는 ‘12인의 성난사람들을 보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을 영화제목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조경일을 맡은 분은 나는 풀이다로 제목을 지었는데요, 사람들이 풀을 밟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풀은 풀이기 때문에 마치 자기 인생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분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을 지었는데 쉽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강물처럼 삶의 질곡을 잘 넘어왔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물론 시종일관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참여자도 계셨지만 이 또한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겠죠. 인권이 이권과 다른 이유를 이야기 하면 인간을 둘러싼 구조도 중요하지만 인권이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그 사이에 마음을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교육을 통해 백치라 불리는 사람들이란 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시대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정체성을 규정받으며 살아온 지적장애인에 관한 기록입니다. 저자는 이책을 쓴 목적에 대해 백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인은 다소 특이한 사람으로 세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발달하며 의학을 통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개선가능한 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게 아니라 차별받기에 장애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 입니다.  탈시설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흐름으로  바뀌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만난 종사자들에게 탈시설을 반대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퇴사 이후를 걱정합니다. 불안한 미래는 현재의 삶에 온전히 살아갈수 없도록 방해하고 그 마음은 이용인에게도 영향을 끼칠것입니다. 이용인들이 지역에서 함께 살 때 그에 맞춰 돌봄의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역할은 분명 필요합니다. 사회적 합의와 정책이 탈시설에 발맞춰 새로운 돌봄일자리로 정당한 노동댓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