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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서평]어린이책,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어린이책,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여름(인권교육온다 활동회원) -

 

 

몇 년 전부터 내가 주로 읽는 책은 그림책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내가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진다. 아이가 커가면서 글밥 많은 책을 함께 읽으니, 어린이 동화와 청소년 문학에 또 빠진다. 아동 도서가 수준 낮고 유치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착각이다. 읽다 보면 몰랐던 상식과 교양이 쌓이고, 인생의 지혜도 생기는 것 같다.

게다가 ‘어린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고? 아주 흥미진진한데...’라는 생각이 매번 들곤 한다. 기발하고, 창의적이고, 감동까지... 다음 장이 기다려지고, 후속 책이 기다려진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몇 권 소개한다.

 

첫 번째 책은 <욕 좀 하는 이유나(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9)>다. 초등학교 추천

도서 목록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확~ 읽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날 소미는 욕 좀 잘 하는 이유나에게 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같은 반 호준의 거친 욕에 상처받고, 속이 상한 소미. 그래서 유나에게 욕을 배워 호준에게 통쾌하게 복수 한 번 하고 싶다. 이 부탁을 받는 소미는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창의적인 욕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궁금하면 한번 읽어 보시라!!)

이 책을 읽다 보면, 초등학생의 창의적인 욕을 경험하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ㅋㅋ)

 

살다 보면 부당하고 억울하게 욕을 먹을 때도 있다. 내가 뭘 잘못해서도 아니다. 알바생에게 욕을 하는 진상 손님, 상사에게 들은 꾸지람을 부하 직원에게 분풀이하는 회사원. 경비원을 보며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며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사람들.

세상에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나보다 약한 사람만 골라서 화풀이하는 것은 세상 참 찌질한 일이다.

 

욕 좀 하는 이유나는 이렇게 말한다. “소미야, 잘 들어. 너를 함부로 대하고 네 기분을 상하게 한 애의 사정을 네가 다 헤아릴 필요는 없어. 그 애가 힘든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일이야. 왜 네가 화풀이 대상이 되고 욕을 먹어야 해? 그건 걔가 잘못한 거야.”

 

그렇다. 그건 내가 아니라 그들의 잘못이다.

 

두 번째 책은 2015년에 창비에서 나온 <푸른 사자 와니니(이현지음, 오윤화 그림)>이다. 초등학교로 인권교육을 갔을 때 알게 된 책으로, 5~6학년 교실에 학급문고로, 게다가 무더기로(대부분 10권 정도씩)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쌓아 놓고 볼까’하는 의구심에 읽어 보았다.

 

어린 사자 와니니는 너무 약하고, 사냥 실력도 뛰어나지 못하다는 이유로 암사자 무리에서 쫓겨난다. 어린 사자는 앞으로 아프리카 초원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외톨이 와니니는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떠돌이 사자 잠보와 아산테를 만나고, 때로는 도움을 받고, 때로는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와니니>를 읽다 보면 냉혹한 초원의 세계를 마주하게 되고, 그것이 우리의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약하고, 다르고, 사냥 능력이 떨어지는 사자들은 힘 쎈 무리에게 매번 공격받고, 사냥감을 빼앗기고, 변방으로 밀려나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들다. 이렇게 약하고, 다르고, 능력없는 사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돌본다.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꼭 읽어 보시라!!

간만에 어린이책을 읽으며 긴장하고, 가슴이 콩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