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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칼럼]낯선 풍경이 익숙함이 되기 위하여

인권교육온다 그린 활동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는 올해로 초등학교 3학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가 주춤해지면서 학교도 대면으로 만나는 행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몇 년 만에 운동회가 열렸다. 초등학교 들어가 처음으로 하는 운동회였고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들뜬 마음으로 참석했다.

 

운동회의 낯선 풍경 하나는 운동회 진행을 학교 교사가 아닌 레크리에이션 진행 전문업체가 와서 한다는 것과 운동장에 모여 있는 어린이들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어린이가 보였고 활동지원사들과 함께 있는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두 번째다. 나에게는 낯선 풍경이었지만 아마 지금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권교육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인권은 당연한 것을 낯설게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익숙함은 누군가의 존재와 권리를 억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어떤 낯섦은 그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장애인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장애인을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에 분리 배제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장애,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모습이 낯선 풍경이 아닌 익숙함과 당연함으로 다가올 때 우리의 인권은 한발 더 앞으로 전진한다. 최근 시설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 제정을 두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쳤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21년 9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공개했고 이번 지원조례 제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는 협약 14조(장애인의 자유 및 안전할 권리)와 19조(장애인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참여)에 관한 일반논평 5호를 보충하기 위해 제정됐다. ‘탈시설’은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이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며 학교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으면 한다.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만남이 필요하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0612580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