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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무상교복이 아닌, 자유복을 논의할 때- 정부의 교복 가격 안정화, 편한 교복 등 방안에 부쳐

[공동논평] 무상교복이 아닌, 자유복을 논의할 때
- 정부의 교복 가격 안정화, 편한 교복 등 방안에 부쳐

이재명 정부가 ‘교복 가격 안정화’를 추진하면서 교복 가격 전수조사 및 불공정행위 엄정 대응, 비싸고 불편한 정장형 대신 편한 교복으로의 전환, 현금·바우처 지원으로 전환 권고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교복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좋은 취지이나, 교복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한계가 크다. 교복은 애초에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습이며, 경제적 불합리성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학생에게 특정 복장만을 입게 하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개성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양한 건강상태와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적합한 복장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쾌적한 상태를 추구하고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일상적 삶의 질에 중요한 부분이다.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날씨에 적응해야 하며, 저마다의 성별정체성, 다양한 문화와 출신, 외모 등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에 획일적 교복 제도의 문제점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그러므로 안전상 이유와 같은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하나의 복장을 강요하는 규제는 따져 볼 필요도 없이 인권 침해다. 그리고 이는 집단적으로, 다수결 등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복장의 자유를 빼앗겨선 안 된다. 학교가 관련 규정을 결정하라고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존엄과 자유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무상교복’ 정책을 시행한 바 있고 2월 회의에서도 교복 가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간의 각종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식의 지원책을 내놓아도 교복은 어떤 식으로든 불합리한 부담을 낳을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 특정 복장을 구해 입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낭비이자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학생들이 제각각의 사정과 신체조건 등에 맞게 자유롭게 옷을 입도록 하는 것이다.

옷의 가격 차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불평등을 인식할 수 있음을 교복 제도의 구실로 삼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말이다. 주거, 교육기회, 생활 및 소비 수준에서부터 불평등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복장에서만이라도 불평등을 줄이고 싶다면 청소년들에게 피복비를 지원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올바른 방안이다. 아동수당·학생수당 등 복지제도를 확대하고 실제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야 할 일에 학생들의 복장을 통일시킴으로써 대처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학교가 학생에게 동일한 제복을 입히는 교복 제도는 근대화 시기 군국주의·전체주의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학교에 교복 제도가 잔존해 있는 것은 민주화와 인권이 교문을 넘지 못했음을 상징한다. 양복정장형 교복을 다른 스타일로 바꾸어도 그 억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복 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수십 년간 박힌 고정관념과 학생들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망뿐이다. 한국에서도 교복자유화를 하고 아무 문제 없이 보낸 한때가 있었으며, 지금도 교복이 없는 중고등학교들이 소수 존재한다.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나라들도 많다. 교복이 없어도 전혀 중대한 문제가 초래되지 않음은 이미 역사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요구한다. 고질적인 중고등학교의 교복 제도를 혁파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 학생의 인권과 삶의 질 신장을 원칙 삼아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교복 강요를 포함해 용의복장을 단속·처벌하는 학교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옷은 학교가 입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입는 것으로,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의 학교에 있어야 할 것은 당연히 교복이 아닌 자유복이다.

2026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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