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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활동가가온다 인터뷰] 우리는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나눌 것이다.

[활동가가 온다] 

우리는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나눌 것이다.”

사미경 경기도 인권교육 연구회 활동 교사 인터뷰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인권교육을 준비하면서 인권교육연구회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 평생 선생님들하고는 엮일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학창시절보다 더 많이 다양한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경기도인권교육회는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과 인권교육을 고민하며 만든 선생님들의 연구회 모임입니다. 온다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활동 횟수로는 벌써 6년차가 되어갑니다. 2016년을 맞이하며 연구회 선생님들은 불쑥 일본으로 날아갔습니다. 선생님들이 일본으로 가게 된 이유와 어떤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본연수에 많은 공을 들이신 사미경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온다_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단히 소개좀 부탁드릴께요~


사미경_ 일단 미안해요. 어제 졸업식에 오늘은 교육과정 회의를 하느라 제가 지금 좀 정신이 없어요.^^ ... 저는 현재는 수원제일중학교 영어교사구요. (아마 3월 신학기에는 다른 학교로 갈 것 같아요.)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사미경이라고 합니다.


온다_ 사람들이 교사하면 방학 때 쉬니 얼마나좋냐고 많이 생각하는데 제가 아는 선생님들은 방학 때 오히려 더 바쁘신 것 같았어요. 어떻게 갑자기 일본을 가시게 되신거예요?


힐링과 연수사이.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가 지금 행복하면 괜찮아.


사미경_ ...사실은 이번 연수에는 살짝 비밀이 있어요. 원래는 연구회 선생님들하고 그 동안 함께하면서 콧바람 넣을만한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방학에도 연수다 뭐다 각자 다들 바쁜일정 때문에 빡빡해요.

일본연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일본의 한 교수님 덕분이에요. 2010년 경기도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았어요. 일본에서 아동권리를 연구하시는 한 교수님께서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이야기를 듣고 한국까지 오시게 되었지요. 소개 소개로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선생님들과도 연이 닿게 되었고 그 계기로 여기까지 오게 된거예요. 그 교수님이 바로 데와 타카유키라는 교수님이세요. 교수님이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시게 되었고 혹시 연구회 선생님들이 일본에 오시게 된다면 본인께서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저희로서는 너무 고맙고 반가웠어요. 그래서 일본의 학교도 궁금하긴했지만 이번기회에 연구회 선생님들하고 한 템포 숨 돌릴 힐링의 시간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온다_ 그런 숨은 사연이 있었네요데와 타카유키 교수님은 저희도 뵌적이 있어요.







같은 듯 다른 듯 그곳에서 우리를 보았다.


온다_ 점점 일본연수에 대해서 궁금해지네요. 일본 연수 전체 일정이 어떻게 되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사미경_ 사실은 여기에 또 하나의 반전이 있어요.^^ 연수내용은 좀 가볍게 가져가고 개인적으로는 힐링의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연구회 선생님들의 열정은 막을수 없어요. 예상보다 열띤 토론과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어요. 전체일정은 34일 동안 진행되었구요. 첫날은 시죠나와케 니시 중학교 방문했고 둘째날과 셋째날은 교류모임을 했어요. 니시 중학교는 데와 교수님의 은사분이 교장선생님으로 계신 학교예요. 일본도 한국학교와 비슷하게 학교가 폐쇄적이고 특히나 외국 방문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교장선생님이 직접 학교를 소개해주시고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학교의 첫인상은 낯설지 않았어요. 학교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는 우리나라 학교구조와 별 차이가 없었어요.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우리 학교가 일본 학교건물 구조를 그대로 답습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 것을 깨달으면서 왠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더라구요. 씁쓸한건 건물의 비슷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있는 문제의식 때문일거예요. 건물은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생활하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요. 누구를 중심으로 건물이 만들어지냐에 따라서 아주 큰 차이가 있죠. 일자형 복도와 창문, 재미없는 공간들과 차가운 분위기. 감시가 용이하고 딴짓할 틈이 없는...철저히 교사중심과 관리자 중심이죠. 그런 점에서 일본학교와 한국학교가 많이 닮아 있어요. 하지만 다른 것도 있었어요. 음악실을 보게 되었는데 그 안에 한국학교(일반학교) 음악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금관악기들이 있었어요. 예술교육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영어교사이다보니 영어수업에 참관하게 되었어요. 한국영어수업에서 찾아보긴 힘든 장면을 봤어요. 바로 종이영어사전으로 공부를 하고 있더라구요. 사실 저도 시도해봤는데 그게 참 힘들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인터넷에 길들여져 있어서 뭔가 차근차근 찾아보거나 탐구하는 것이 부족해요. 영어단어도 누군가 핵심적인 것을 정리해서 주어지는것에 익숙해 있어요. 종이사전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지만 저는 기본이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이번 니시 중학교 영어수업은 저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어요.


교류모임은 류코쿠대 교육학과 학생, 교수님과 인권교육과 학생인권조례,인권 친화적 학생지도 사례, 조례 후 학교 변화 상황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 지역 학교의 교육상황, 인권교육, 체벌방지교육에 대한 발표자리가 있었습니다.

또하나의 교류자리는 오사카 전일본교직원조합원 샘들과 교직원노동조합 현 상황등에 대해서 만남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일본상황도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씁쓸함과 연대의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어요. 류코쿠대학 박물관에서 안중근 의사 유품을 보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뭔가 뭉클한 마음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박종석씨와 나카히라 겐이치 판사 강연은 너무나 특별했어요.




하나의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 그치지 않는다.


온다_ 선생님 박종석씨와 나카히라 겐이치 판사 강연에 대해서 좀더 듣고 싶어요.


사미경_ 박종석 선생님은 재일조선인 3세이세요. 1971년 박종석 선생님은 히타치라는 회사에 당당하게 합격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했어요. 선생님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되었고 이 사건은 일본 내에 큰 반향을 가져오게 되었어요.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을 중심으로 박종석 선생을 돕게 되고 결국 3년 만에 승소하게 되어요.

그 싸움의 과정에 함께한 분이 바로 나카히라 겐이치 판사이셨어요. 박종석씨도 참 힘들게 어렵게 싸우셨겠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박종석씨를 돕기 위해 판사직도 그만두고 무료로 변호를 해주신다는 게 쉽지는 않죠.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혐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시대 일본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의 위치는 혐오와 억압의 대상자였고 약자 중에 약자였죠. 한 가지 사건이었지만 그것이 일본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해요. 인권이라는 것 차별이라는 것 우리가 입 밖으로 말하긴 쉽지만 현실에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실천들이 따라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우리 연구회도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온다_ 요즘 헬조선 헬조선 하잖아요. 잠시나마 헬조선을 떠나본 느낌이 어떠셨어요? 여행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사미경_ 세세한 것은 다시 일정표를 봐야 알겠네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절을 많이 방문했어요. 키요미즈데라 (청수사), 킨카쿠지 (금각사), 긴카쿠지 (은각사), 교토 시내 관광(교토 타워), 아라시야마 덴류지 (대나무숲) 이정도인거 같아요. 그 중에서 아라시야마 덴류지 대나무숲이 너무 좋았어요. 그 안에 있으면 숙취가 저절로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는 대나무숲이 아니라 해장숲이라는 다른 지명도 정해주었어요.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행은 여행 자체로 좋은거잖아요.

이번 연수를 통해서 다른 무엇보다 선생님들하고 토닥토닥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동안 나를 포함해서 다들 너무 지쳐있었거든요. 맛있는 음식과 술로 일단 1차 힐링. 그리고 숙소에서 밥먹고 산책하면서 2차 힐링. 삶에 대한 이야기, 학교에 대한 이야기, 나에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힐링.^^

헬조선을 떠나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지만 헬조선과 어떻게 싸울지 다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이었어요.


온다_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지역에서 자주뵈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정리 메달(인권교육 온다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