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민주시민교육 뭣이 중헌디?

민주시민교육 뭣이 중헌디?

 


메달(인권교육 온다 상임활동가)



 

민주시민교육의 열풍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제도(조례제정)화 속 열풍이다.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전국적 진보교육감 당선의 물결이 일고나서 (민주)시민교육관련 조례제정바람도 함께 일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 막을 수 는 없을 것이고 이왕이면 제대로 된 바람을 맞고 싶다. 민주시민교육조례제정을 만들어진 곳을 보니 그간 지역에서 흐름을 차근차근 밟아온 곳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하니까 일단 우리도 한번 만들어보자로 부는 바람도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은 벌써 민주시민교육조례가 만들어졌다. 수원시도 얼마전 한 시의원이 시민교육조례안을 발의할 계획을 밝혔고 관련시민단체들과 토론회도 열었다.

그 토론회에서 지금의 조례제정 과정을 보며 기대하는 의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발의를 고민하는 시의원은 왜 시민교육조례를 만들려고 하냐라는 질문에 요즘 사람들이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하고 시민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시민교육을 통해 이런 점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변을 했다. 그런데 고민이 들었다. 물론 분리수거에 담긴 문제제기는 는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시민교육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과연 분리수거를 잘 하는 사람이 민주시민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민주시민이 아닌가? 어떤 사람이 민주적인 사람인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조차 안 되고 있는 시의원의 안이 과연 의미가 있는 조례안일지 평가가 이어졌다. 발의 시점을 좀 늦추더라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안하는 것보다 낫지. 좋은게 좋은거 아냐?’ 민주시민교육하면 무조건 좋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좋은거가 참으로 어렵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누가 좋은 것인지? 인권, 평화, 다문화, 노동 등 좋은 것만 나열하면 좋은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지식적으로 많이 안다고해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주제이다.

 


수원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빛길이라는 모임이 있다. 탄생은 이런 열풍 속에 교육청의 제의로 시작되었지만 교육청의 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열풍에서 미풍으로 전환된 교육청을 등에 업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고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빛길의 활동을 돌아보건데 함께 보내온 시간만큼 눈에 보이는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왜냐면 우리는 민주시민교육란 것을 함께 이야기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민교육이란 무엇인지? 민주시민교육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하게 되어야 한다. 사실 빛길 안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차이도 존재한다. 예전에는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 힘들고 답답했다면 지금은 그것도 하나의 민주시민교육의 과정이고 민주주의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주체로 누구를 상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그들을 민주주의를 물려받을 미래세대로서만 호명된다면 그 한계는 분명하다. 어린이·청소년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시민으로 인정하고 함께 세상을 변화시켜나가자. 그것이 민주시민교육의 본질이다. 마지막으로 빛길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던 한 청소년운동 활동가의 평가를 공유하면 마무리하려한다.


 



동료 활동가 중 하나가 지금의 민주시민교육은 마치 시멘트 바닥에 씨를 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부에게는 그것이 실험일 수 있지만 씨앗에게는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기는 폭력이다. 씨앗을 시멘트 바닥에 마구 뿌려 싹을 틔워 시멘트에 균열을 내기를 염원하지 말고 그냥 시멘트를 깨부수자. 청소년의 경험을 예비적인 것으로 취급하며 민주주의를 실험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이자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자. 그게 어떤 모습일지 감이 잘 안 잡힌다면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보는 거다. 특별한 교육을 만들어내지 말고 지금 학교의 비민주적 구조를 파괴-해체하려 노력하자.

 

민주시민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불어넣고 있으며 그것은 누구의 기준으로 짜인 것인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혹시 그 시민의 범주 안에 어린이·청소년은 없는 게 아닌지?

 

- 수원 민주시민교육협의회 코디 활동을 했던 활동가 평가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