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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지역이슈] 수원시 캐릭터가 인권의 문제라구요?



수원시 캐릭터가 인권의 문제라구요?



아샤(다산인권센터)

 



수원에 자리 잡고 있는 다산인권센터는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인권침해 사건들뿐만 아니라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지역에서 일어난 인권관련 사안들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배출한 우수토고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위험물질에 대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싸움이라든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시립미술관에 아이파크라는 아파트이름을 붙이는 것을 반대하는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의 보루를 넓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저희끼리는 반농담처럼 인권과 관련된 일이라면 안하는 것 빼고는 다한다고 이야기하곤 하죠.


최근 이런 저희 눈에 띈 이슈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수원시를 대표하는 캐릭터 청개구리 수원이와 다정이 문제였습니다. 이들을 처음 본 건 몇 달 전 권선구청 1층 로비에서였습니다. 커다란 청개구리 캐릭터 조형물이 있길래 가서 보니 남자(?) 캐릭터는 이름이 수원이이고 여자(?) 캐릭터는 다정이더군요. 수원이는 수원시 캐릭터로, 다정이는 수원이의 여자 친구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다정이라는 이름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정이를 수원시 캐릭터가 아닌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설명한 것은 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활동들에 밀려 뭔가 해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여성단체 활동가로부터 캐릭터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수원시 홍보에 사용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문제의 정도가 심각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018년에 이런 홍보정책이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것도 과거 두 차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었고, 지난 1월에는 여성정책과 관련하여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적극 홍보해온 수원시에서 말이죠. 도대체 그런 여성친화도시라는 타이틀이나 총리상을 주는 기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수원시 캐릭터와 관련하여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캐릭터의 성별구분 방식입니다. 수원시의 대표 캐릭터인 수원이는 수원시에서 최초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원청개구리를 캐릭터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수원이의 성이 남성으로 규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원청개구리패밀리에 여성으로 규정된 다정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정이는 조연 캐릭터일 뿐 수원시를 대표하는 주 캐릭터는 남성인 수원이입니다. 수원에 살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수가 크게 다르지 않는데 왜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 동등한 역할이 아닌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쉽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차원에서 질문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 굳이 시를 상징 캐릭터에게 이분법적인 성별을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분법적인 성별구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이러한 성별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남성,여성이라는 너무나도 단순한 기준으로 캐릭터를 규정하는 방식은 수원시의 젠더감수성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웃긴 점은 캐릭터와 관련된 조례 어디에도 수원이가 남성이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수원시에서 임의로 수원이를 남성으로 지정했다는 것이죠. 남성을 기본 값으로 보는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여성캐릭터인 다정이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우선 이름부터가 문제입니다. 주인공인 남성캐릭터의 이름인 수원이는 성별역할에 대한 아무런 뉘앙스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여성캐릭터에게 다정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특정한 성별역할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아보니 다정이라는 이름은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민들이 공모한 수많은 이름들이 모두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특징들을 강조하는 이름이었을까요? 그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다정이가 선정되었을까요? 수원시는 그 이유에 대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원시를 홍보하는 자료들에서 다정이가 묘사되는 방식 또한 문제였습니다. 수원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웹툰을 보면 수원이가 다정이에게 성추행을 연상시키는 언행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다른 웹툰에서는 수원이의 엄마와 다정이가 고부갈등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서로에 대한 험담을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 웹툰뿐만 아니라 홍보영상 그리고 수원시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다정이의 행동은 여성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물로 보여주기 보다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반복·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런 컨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정말 화가 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런 걸 홍보 영상이라고 봤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수원시에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다산인권센터와 수원여성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수원시인권센터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자마자 수원시는 홈페이지에서 웹툰을 모두 내렸습니다. 이렇게 쉽게 내릴 거, 왜 만들 때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을까요? 캐릭터과 관련된 사업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시행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이 문제인 것을 정말 몰랐을까요? 아직 진정에 대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진정에 참여한 단체들은 향후 수원시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원시가 최소한의 인권감수성과 젠더감수성을 가지고 공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수원시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은 시민들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