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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소식지 : 온수다

[서평] 미끄러지는 존재라도 되자

 

미끄러지는 존재라도 되자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읽고

 

 

이세훈(인권교육 온다 활동회원)

 

 

아는 분 중에 오랫동안 공부해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친밀하다고 할 수 없어 자세히는 모르나 처음 만날 때 교육학 박사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들었다. 5년도 넘는 시간이다.

우연히 그 분과 대화를 할 시간이 있었는데 조심히 물으셨다. “음~(최대한 망설이며) 교육학을 공부하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교육을 하세요?” 당시 질문을 받았을 때 느낌은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전혀 비아냥이나 다른 의도를 느끼지 못했다. 그럴 사람도 아니다. 질문을 받자마자 난 농담 반으로 “군인 중에 정규코스로 교육을 받아 장교를 하는 사람도 있고, 빨치산 출신도 있는거죠.” 이 말 끝에 우리는 크게 웃었다.

처음 교육활동을 시작할 땐 오히려 거침없이 참여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과감한 몸 활동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찾게 되는 것이 교육학 관련 서적이었다. 전혀 알지 못했지만 존 듀이책도 보고, 프레이리 책도 읽고, 교육학 개설서도 읽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인권교육을 하면서 항상 “참여자의 목소리로 교육장을 채우자”라고 했던 나의 다짐이 나만의 독창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웬 걸 이미 100년 전부터 교육학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었고 이미 많은 실험도 수 십년 전에 끝나 있던 상태였다. 참 우물안 개구리란 이럴 때 나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때 만난 책이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였다.

책 저자 소개를 보면 파커파머는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이고 “교사의 교사”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분이 쓴 책이 360쪽에 달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평소에 풀지 못한 고민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한 문장만 고르라고 한다면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책 P. 47)를 택하고 싶다. 어떤 교육활동가도 자신의 교육이 쓸모없기를 바라지 않을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각자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교육시간을 구성하고 참여자와 연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훌륭한 가르침이라는 칭송을 받고 어떤 이는 시간이 아깝다라는 혹평을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난 파커파머의 이 문장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난 인권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평소에 나의 가족과 나의 동료와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이들과 나를 모르는 이들과 얼마나 인권적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평소 이런 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교육시간에만 뭔가 그럴 듯한 말을 하고 있으니 내 교육이 훌륭한 교육이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쌔끈한 PPT를 고민하고, 그럴듯한 사례를 찾아 해메고, 새로운 교육 기법만 사용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유명한 개그맨의 말처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거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평소 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삼가야겠다. 나의 언어가, 나의 행동이, 나의 관계 맺음이 일상에서 어떠한가를 조심이 살펴야겠다. 비록 미끄러질 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