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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희언니

영희 언니

 

                                                                                                                  온다 상임활동가 와플

 

아니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대. 칠칠은 사십구그냥 사십구살이라고 생각해야지.” 홍삼 진액을 먹으며 올해 77살 영희 언니가 말했다.

영희 언니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의 엄마다. 4년 전 남편을 여읜 그녀는 딸과 함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두 명의 죽마고우가 있고, 가수 박창근의 콘서트로 설레며, 장범준의 광고송이 나오면 어쩜 이렇게 노래 하나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냐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영희 언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물학적 나이 차이를 잊게 된다. 딸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나이가 아깝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노인의 상()을 비껴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묵은 생각을 고쳐가는 중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노인의 주름진 겉모습은 늙고 보잘것없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고령인구는 총인구의 12.7퍼센트로, 오는 2026년에는 20퍼센트에 접어들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돌봄 공백이 생기며 늘어가는 노인의 숫자는 돌봄의 무게를 가중시킨다.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낙인은 노인과 약자들의 몫이 되었다. 영화 69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미처 치우지 못한 노인에게 분리수거의 대상으로 빗대며 던진 편의점 알바생의 조롱 섞인 비아냥은 보이지 않는 현실의 한 장면이다.

 

대담집 지혜롭게 나이든 다는 것에서 나이가 들면 육체의 기운이 많이 드는 어떤 활동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정신적 활동은 나이가 들어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한 정치철학자 마사누스바움은 올해 76세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은 1947년생으로 마사누스바움과 동갑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퇴화하는 이유가 노인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답답한 정치 뉴스를 보며 노인들이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영희 언니의 말에 담긴 자조 섞인 미안함은 노인의 것은 아니다. 노인 자살률 1, 고독사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누구 때문일까. 정상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은 시민과 정부의 인식 밖에서 뱅뱅 맴돈다. 한국 노인인력개발원에서 2020년 노인 일자리 사업참여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노인의 77.3퍼센트는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그러나 노동환경에 있어서 단기일자리의 특성을 띠고 있다는 면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노인의 경우 삶의 불안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노인이라는 과정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수많은 영희 언니는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노인이라 불리는 모든 사람이 존중감을 가지고 사회적 구성원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