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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다양함이 일상이 되도록

                                       

                                                   [칼럼] 다양함이 일상이 되도록                                                                                                

 

온다 상임활동가 와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딸이 게이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같은 반 친구와 우연히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온 아이를 본 남자아이가 ‘게이’라고 놀렸단다. 함께 놀림 받은 친구는 몹시 기분 나빠 하며 선생님에게 일렀다. 후에 딸이 그 친구에게 게이의 의미를 물으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두 아이의 지정성별은 여성이다. 정확한 단어의 의미도 모른 채 일단 뱉고 본 친구의 놀림이 물음표가 되어 아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게 왜 나쁘지?’

학생들에게 인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깨너머로 성소수자나 취약계층을 빗댄 혐오나 비하의 말을 듣는다. ‘틀딱충’이나 ‘맘충’ 같은 혐오 표현 사례를 들면 어디선가 쿡쿡거리는 웃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 새어나간 기분은 바람 빠진 과자봉지처럼 눅눅하다.

 

혐오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언어 중 하나다. 보편성과 정상성이 만연한 사회 구조 속에 힘없는 사람들은 여러 모양으로 난도 당한다.‘혐오와 수치심’의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는 비합리적 집단 편견의 원천이 돼 특정집단 배척을 위한 사회적 무기가 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악취, 불결함 등의 이미지를 취약계층에 부과함으로 그들보다 나은 인간임을 과시한다.

 

사회적 편견은 강자와 집단의 언어로 구성돼 작동한다. 혐오는 사회적 편견과 문화적 구성, 분위기로 공기 중에 떠돈다.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본능적으로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안다. 눈치는 약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시트콤 ‘프렌즈’는 레즈비언 커플이 서사의 한 축을 차지했다. 가까운 예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ABC 채널에서 방영된 시트콤 ‘모던 패밀리’는 다양한 인종과 동성애, 입양으로 구성된 가족 형태가 당연하게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지만 인물 대부분이 맞닥뜨린 현실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벽이다.

 

2000년도에 시작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7월15일에서 31일까지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무사히 진행됐다. 행사 기간에 쏟아지는 비도 ‘흠뻑쇼’라 부르며 자축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코로나로 인해 못 보거나 숨겨졌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가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한정된 해방감은 여전히 갇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사회적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편견과 혐오의 시선 안에 고립된 존재들이 여전히 숨은 그림처럼 살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일상을 축제처럼 살아갈 날을 앞당기는 것은 그들과 더불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참여하는 우리의 몫이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82158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