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법이 아닌 철학으로 배운 인권 방법론
온다상임활동가 상드
3월 6일과 7일. 이틀간 상임활동가 와플, 상드, 그리고 활동회원인 여름이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 다녀왔다. 올해는 재난인권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안을 만들고 교육을 할 생각이 있었던 터라 ‘들’에서의 워크샵이 더욱 반가웠다. 작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재난인권교육 자료집을 ‘들’이 연구하여 냈기 때문에 이번 워크샵에서 배움이 클 것이라 기대했다.
워크샵은 총 4강으로 진행되었는데, 1강 ‘무엇’이 ‘어떻게’를 결정한다 에서는 책임질 권리, 차별하지 않을 권리를 어떻게 교육할까 라는 소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책임을 권리로서, 상호의존하는 동심원으로, 가정 바깥의 공동체와 상호의존의 관계를 맺어서, 돌봄이 책임질 권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권리로 인식하기 위한 상호의존을 어떻게 감각하면 좋을지 교육사례를 보면서 직접 교육에 참여하였다.
2강은 자리를 되찾는 자리-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인권교육 도전기 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발달장애인 교육에 대한 사례발표였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기존의 통념에 대한 것이었다. 이 통념은 장애인 교육안을 구성할 때 나 또한 했던 생각이었다. 이 기존의 통념은 “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라 참여가 가능한 참여자와 불가능한 참여자가 따로 있다”는 것인데, 아직 만나지 않은 교육 참여자들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고 교육을 참여하는 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의뢰 기관 담당자에게 묻곤 했었다. 교육 참여자의 선택의 권리를 강사가 재단하게 되는 꼴이 되었던 것이다. 이 사회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돈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관점에 나도 동조한 것 같아 좀 낯이 뜨거웠다.
3강은 피해자의 언어를 길어 올린다는 것- 재난피해자와 함께한 서사 교육은, 왜 인권교육이 서사에 주목해야 하는지 로 시작한다. 피해자에게 서사를 묻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피해자화)을 깨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더 이상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주체자로 남기는 과정이다. 그래서 피해의 서사가 어떠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 사회의 부정의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것을 바라보아야 할지를 묻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마지막 4강은 광장에서 조직까지- 민주적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재구성 이라는 제목으로, 민주적 조직문화를 다루고 있다. 조직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다루게 되는 교육에서 항상 고민이 되는 점이 있다. 조직을 이야기 할 때 개인의 이야기를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논의되는가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게다가 조직을 진단하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진단에 따른 처방(?)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긴 호흡으로 조직을 바라보고 그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을 봐야 하는데, 자칫 개인의 잣대로 판단하게 되는 건 아닌
지 항상 고민이 된다. 게다가 조직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조직 안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동요가 없으면 변화는 요원하다. 그래서 나에게 조직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든 작든 조직에 소속돼 있는 우리 모두에게 민주적 조직문화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다. 교육을 하는 사람에게도, 교육을 받는 사람에게도 말이다.

워크샵의 모든 강의들은 당분간 계속 곱씹으며 나의 교육을 정리하게 될 것 같다. 이번 들 워크샵은 그래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워크샵을 신청하지 못하여 같은 내용으로 2차 워크샵을 한다고 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셔도 좋겠다.
'활동 소식 > 소식지 : 온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수다 소식지 36호] 민주주의 봄맞이를 위한 중요한 시기 (0) | 2025.03.18 |
---|---|
[이 한장의 사진]눈물버튼 (0) | 2025.03.16 |
[온수다 소식지 35호] 애도하는 마음으로. (2) | 2024.12.29 |
인공지능(AI) 기술은 인권을 지켜줄 수 있을까? (1) | 2024.09.29 |
[후기] 그렇게 인권활동은 연결 된다 (5) | 2024.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