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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논평]'9시 등교'의 취지를 살릴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자 - '9시 등교' 논의의 긍정적 발전을 기대하며


[논평]
 '9시 등교'의 취지를 살릴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자
 - '9시 등교' 논의의 긍정적 발전을 기대하며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비롯하여 몇몇 교육감들이 '9시 등교' 도입을 언론 등을 통해 시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가 5월 18일 발표한, '2014 교육감선거, 학생이 원하는 교육정책 설문조사 결과'에서 '9시 등교'가 1위를 차지한 것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교육감들이 이처럼 학생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수 학생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운동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초중고등학생 1674명이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그 중에서 '9시 등교'는 1020명이 꼽아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 이른 등교 시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아침에 강제적/반강제적으로 자율학습 또는 보충수업을 실시하며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더 이른 시간으로 당기고 있다. 1교시 수업을 일찍 시작하고 오후에 보충수업을 더 많이 배치하는 '꼼수'를 쓰는 학교들도 있다. 이는 학생들이 좀 더 여유롭게 아침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등교시간을 늦추는 정책은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

이처럼 너무 이른 등교시간은, 결국 학생들에게 더 많은 공부를 시키려는 입시경쟁교육의 슬픈 풍경이다. 등하교시간은 기후나 일출시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외국의 경우 등교시간이 이른 경우에는 대부분 하교도 일찍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루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학교의 공식적 교과 수업 외에 보충수업이나 사교육 등을 포함시키면 한국 학생들의 학습량이 과도하다는 것은 한층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나 잠을 줄이는 것이 부지런함의 상징이라는 잘못된 편견도 과도한 학습과 이른 등교시간을 조장하고 있다. 잠을 줄이고 이른바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과 인권, 행복을 해치는 길일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등교시간을 늦추는 정책이 단지 등교시간만을 바꾸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각의 지적대로, 단지 등교시간만을 늦추는 것은 하교시간이나 일과를 마치는 시간까지 모두 늦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부 학생들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교육청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까지 합심하여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여가권과 휴식권, 놀고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9시 등교를 추진하더라도, 학교의 강제적 보충수업․방과후 학교나 수업을 증가시켜 운영하는 등의 행태, 학원의 운영 시간 등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단속할 필요가 있다.

'2014 교육감선거, 학생이 원하는 교육정책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9시 등교만이 아니라 '휴일 보장', '학생 휴가 제도' 등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시간을 가지게 하라는 요구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의 과도한 경쟁 교육이 학생들의 교육권과 여가권, 건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반복된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현재 '9시 등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쟁들에 다소의 우려를 표한다. '9시 등교'를 시사한 교육청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9시 등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마치 이것이 일률적으로 9시 이전에는 등교를 시킬 수 없게 하는 정책인 양 공격하는 것은 섣부른 비판이다. 교육감들 역시 여러 의견을 반영하고 여건을 고려하여 정책을 다듬으려 하기 이전에 '9시 등교'를 반복해서 시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교육을 개선하는 조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교총에서는 등교시간이 학교장의 재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여건에 따른 재량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등교시간의 범위에 대해 사회적 기준은 필요하다. 우리는 적어도 '9시 등교' 문제에 대한 토론이, 적절한 등교시간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만들고 기준을 정하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의 여가시간과 과도한 학습의 문제를 토론하는 것으로 나아가면 더욱 좋다. 또한 개별 학교의 등교시간 등을 결정할 때도 학교장의 독단이 아니라 학생․교사․학부모 등의 민주적인 토론과 결정에 따라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9시 등교' 논의는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논의의 결과 역시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사례로 남게 되기를 희망한다.



 
2014년 7월 29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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