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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우리는 더 많은 공감과 교감이 필요하다

  인권교육을 의뢰받는 경우는 다양한데 그중에 가장 많이 오는 경우가 전화다. '안녕하세요? 저 인권교육좀 부탁할려고 하는데요?' 이렇게 시작하는 전화가 교육을 부탁하는 가장 흔한 형태인 듯 하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들은 대부분이 담당자들인데 이 담당자들과의 통화만으로도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어느 곳은 인권교육을 의뢰하는 담당자 일까 싶을 정도로 무성의한 사람들이 있다. 전화를 건 담당자가 시간을 줄여달라던가, 대규모 인원으로 해 달라고 한다던가 등의 반응을 보인 곳은 실제 교육도 영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담당자가 열성적으로 인권교육을 하려고 하면 본 교육도 잘 되는 경험을 흔히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화로 의뢰가 오면 우리도 몇가지 요구를 한다. 예를 들면 1회기 교육만하지 않을 것과 시설의 경우 종사자와 이용인(거주인)이 모두 교육을 받을 것, 적절한 예산등등이다.


  둘다섯 해누리에서 처음 교육 의뢰를 받았을 때가 딱 후자의 모습니다. 처음 전화로만 의뢰를 받았을때는 종사자 한번 거주인 한번 인권교육을 요구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저런 설명을 다시 들였고 몇차례 더 통화과 된 끝에 종사자 3회기, 거주인 3회기로 교육을 결정했다. 중간중간 여러가지 문제로 - 일정문제라든가 예산상의 문제로 - 몇 번이고 우리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지만 담당하시는 분이 어찌나 간곡히 부탁하던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종사자 첫 교육을 갔을 때 역시 우리 기대는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이야기할 때에도 진진한 모습으로 들어주고, 같이 나누고자 하는 본인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셨다. 어떨때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프로그램도 너무나 적극적으로 임해 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신들의 고민을 충분히 나누었다는 것이다. 시설등을 교육 가게 되면 특히 사회복지사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거주인을 어떻게 인권적으로 대할 수 있을지 교육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종사자가 거주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자신의 처징, 자신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인권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래서 그런 질문을 준비해 갔다. 인권적인 존중을 받아본 사람이 인권적인 대접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결국 인권친화적인 시설을 만드는 것은 누구 누구의 인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종사자 분들과 해누리 시설이 어떻게 하면 좀더 인권 친화적인 곳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인권지도 그리기를 했다. 자신의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거주인과 또 자원봉사자들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방식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누구의 인권이 중요한가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모두의 인권은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3회기에 걸쳐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놓고 이야기 해준 해누리 모든 종사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종사자 인권교육을 3회기 하고 거주인 인권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잘 한 것이었다. 종사자들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3차례나 하다보니 거주인 교육 시간에는 종사자분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보다는 거주인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위한 노력이 보였다.


  그런데 우리는 난관에 부딪쳤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주인분들과의 의사소통이 여의치 않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처음에 시설쪽에서는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들만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이야기 했지만 의사소통이 힘든 분들도 어떻게든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총 8개 조로 나눠서 1개조당 1시간씩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들도 최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그것을 다시 교육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주제를 가지고 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내용을 가지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하는 것이 인권의 시작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거주인분들과 3주동안 3번을 만난 것은 그래도 잘 한 것이었다. 내용도 중요했지만 한회기 한회기를 거듭할 때마다 조금씩 더 신뢰가 쌓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의 교육이었다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자그만치 6주에 걸친 6번의 교육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교육었는데 막상 끝내고 나니 오히려 우리가 배운 것이 더 많은 교육이었다. 그리고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꾸준한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됐다. 사실 6회라는 것도 얼마나 꾸준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인권교육이 점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