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 바람곶] 내일도 수다를 떨어야지.



내일도 수다를 떨어야지.

 


인권교육온다 활동회원 엉뚱

 



지난 봄 부터 준비해서 가을까지 성남시 주민자치위원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성남시의 각 동을 돌면서 주민자치위원이나 통장, 새마을부녀회 분들을 1회기로 만났다. 그에 대한 소감을 일기처럼 가벼운 맘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교육을 준비하는 동안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당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그 교육이 잘 진행 됐는지는 마지막 인사를 던지는 찰나에 느껴진다. 매번 교육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늘 망했다라는 느낌이 든다면 아마도 이 활동을 계속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흰 건반 사이 검은 건반처럼 종종 만족스러운 교육이 껴있어야 힘을 잃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이 교육도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럴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유를 찾아 보았다. 하나는 교육기획과정에서 진행했던 참여자 인터뷰. 참여자를 만나기 전에 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육의 방향을 잡기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사전 조사를 한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 중에 이번이 제일 진땀을 뺐던 것 같다. 인터뷰이는 만나자 마자, ‘장애인권(사회적 소수자인권)이면 모르겠지만 인권적 문제가 전혀 없는 우리가 왜 인권교육을 받아야하나를 퉁명스레 물어왔다. 순간, 이 자리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인터뷰로 인해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교육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이후 실재 교육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교육장에 들어왔었지만 인권이 자신과 맞닿아있음을 발견했다는 참여자들의 소감을 들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그 인터뷰이를 교육장에서 만났는데 내적 동기를 찾으셨는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함께 소통하고 많은 이야길 나눴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좋았던 건 정말 다양한 참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자치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나이도, 직업도, 생각도 정말이지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동네에서 돌아다니는 홈리스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이니까 인권이 없다.”라는 이야기와 홈리스는 국가안정망의 부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므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라는 이야기가 한 공간에서 오간다. “이런 교육은 우리한테 필요 없다.”라는 이야기와 우리에게도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평소에 인권에 관심이 많았지만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너무 반갑다.” 같은 극과 극의 이야기들이 오간다. 멋지지 않은가? 방금 전까지 네모난 회의실에서 굳은 얼굴로 회의하던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마구마구 섞이고 있었다. (물론 모든 교육에서 그랬던 건 아니다. 하하하) 교육활동을 하다보면 마치 정답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후루룩 혼자 떠들고 나올 때가 있다. 그런 교육을 하고 나면 기운이 쪽 빠진다. 특히나 참여자의 언어로 이야기 될 때 힘을 가지는 것이 인권인데 말이다. 큰 온도차를 가진 참여자들이 그 의견을 나누어 풍성해지고, 그 안에서 와글와글 조율해 나가는 상황이 만들어 질 때 기분이 좋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건 온다의 전반적인 교육진행방식이다. 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온다와 교육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교육 기획부터 진행, 교육 후 평가 까지 교육에 참여한 모든 활동가가 소통을 하면서 진행된다. 이번 교육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을 그렇게 진행한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진가? 다들 바쁜 와중에도 만나던지, 서면으로 나누던지,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니 고민은 줄고 신명이 배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기획 회의를 탄탄하게 했던 교육들이 좋은 느낌으로 남는다. 역시 기획회의는 정말!정말! 중요한 것 같다. 밑줄 쫙-! 그리고 무엇보다 만날 땐 꼭 밥을 든든히 먹어야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인데. 온다 와의 만남이 즐겁고 기쁘다.

이쯤에서 본 교육의 제목이 [동네방네 인권 수다방]이었단 걸 밝힌다. 수다는 시끄럽다. 수다는 누구도 빠지지 않는다. 수다는 재미있다. 이 동네, 저 동네, 온 동네 사람들이 인권에 대한 수다를 떠는 교육장을 만들기 위해 온다 활동가들은 봄부터 수다를 떨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수다들이 쌓이고 쌓여서 조금씩 우리가 그리는 인권교육운동으로 가까워 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벌써 2017년이 10일 밖에 안 남았다. 아직도 새로운 나이에 익숙하지 않은데 또 다른 나이를 얻게 생겼다. 하하. 이번에 얻는 나이는 익숙해 질 수 있으려나. 늘 부족함이 많은 나인데 올해도 어찌저찌 함께 하는 이들 덕분에 고꾸라지지 않고 웃으며 살았다. 흐뭇하다. 내년에는 더 잘 살아봐야지.


20171221일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