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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글쓰기 모임 '끄적끄적'

[끄적끄적] 순간의 느낌

 

순간의 느낌

 

그린

 

 

이번 글쓰기 주제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끄집어 내고 싶지는 않았다.

한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누었는데 갑자기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그 감정을 글로 간직하고 싶다.

 

핸드폰으로 몇자의 단어를 기록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더듬 더듬 어제를 찾아가본다.

마을 어린이들이 익숙한 듯 약속을 하고 동네거리로 나왔다. 나는 형아 찬스를 쓰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도 있었지만 어제는 왠지 그냥 그 주위에 함께 있고 싶었다. 예전에 샀지만 펼쳐보지 못했던 책 한권을 들고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우리는 동네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나는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시끄럽지만 고요했다.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숨을 크게 쉬어 보기도 했다. 내 눈에 담겨진 풍경도 찬찬히 바라보았다. 화려한 꽃잎이 지고 이제 막 수줍게 얼굴을 내민 연두 빛 이파리, 그 색이 더 찬란하게 보이도록 비춰준 햇빛, 살랑살랑 춤추게 하는 바람, 깨끗한 파란하늘과 구름과 공기, 왁자지껄 아이들의 노는 소리. 그 순간이 한꺼번에 내 몸에 각인되듯 달라붙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완벽한 순간’이었다. 그 느낌이 내 몸에 오래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그 순간이 더 더 탐이 났다. 내가 잠을 왜 못이루는지 자기 탐구와 관찰은 이후로 넘기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