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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글쓰기 모임 '끄적끄적'

[여행후기] 따로 또 같이

[온다 끄적 끄적 글쓰기]

 

[여행후기] 따로 또 같이

 

 

그린

 

오래전이었다. 코로나로 마음 편히 여행다니기 어려운 때(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친구가 여행상품 링크하나를 보내주었다. 오늘까지 마감인데 생각 있으면 예약하라고 추천해주었다.

보내준 정보를 여유롭게 볼 시간이 없었던 터라 우선 되는 시간에 예약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옵션 빵빵한 숙박포함 저렴한 가격의 12일 강원도 인근이었다.

 

여행기간이 다가오면서 나중에 내가 예약한 기간이 월요일 포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어린집일정만 생각했기에 학교 일정을 생각하지 못했다. 취소하기는 너무 아깝고 월요일 일정을 빼고 함께 갈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들 우현과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며 제법 친하게 지낸 친구 엄마가 육아휴직을 낸게 생각났다. 그래서 살포시 제안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였다. 여행가기 전날 준비물을 챙기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함께 가기로 한 친구 동생이 몸이 안좋은데 여행못갈 정도는 아니라도 했다. 우린 내일 아침까지 지켜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아침8시 메시지가 왔다. 둘째가 열이 38도까지 오르고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고 병원을 가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여행은 못갈 것 같다고 했다. 건강이 중요하니 나도 아쉽지만 어쩔수없다고 이야기했다.

 

통화를 끝내고 우현이와 둘이하는 여행을 생각하며 준비를했다. 아무래도 둘이하는 여행은 익숙하지 않아서 누군가와 동반하고 싶은 욕구가 크게 올라왔다. 아무리 짱구를 돌려봐도 함께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당일 아이와 동반하여 떠날 사람을 찾기는 더욱 어려웠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출발했다. 차 안에서 우현이는 다른 친구나 형아는 못오는 거냐고 몇 번을 물어봤고 나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대답했다.

 

여행 가는길은 전 날 왔던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그리고 햇빛이 동행해 주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쉬지않고 달린 끝에 숙소 도착. 우현이는 큰 건물을 보며 말했다. "엄마 여기 되게 좋다." 그 뒤로 어디를 가든 "엄마 여기 모든게 고급이야"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아이는 호텔이나 리조트보다 자연 속에 있는 캠핑을 더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듯했다. (아이가 큰소리로 자주 고급 이야기를 하니 옆에 사람들의 시선이 살짝 신경 쓰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은 단 둘이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는 점이다. 숙소시설에 딸린 다양한 놀이 시설과 워터파크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가 수북이 받아온 쿠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팔봉산 꼭대기까지 이어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양을 만났다. 그 재미가 너무 좋아 오는 날에도 또 한번 탔다. 첫날은 우현이가 혼자 온 마음이 풀리지 않아 심술을 부려 징징거리다 내려왔다. 다음은 놀이기구 타기. 여기서부터 조금씩 친구를 찾지않고 즐기기 시작했다. 무섭게 보이던 놀이기구를 타보니 시시한 것도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두 번도 모자랐다. 차분히 앉아서 나무로 모형을 만드는 체험도 했다. 우현이가 고른 모양은 캠핑 텐트였다. 나는 우현이가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것을 권했으나 실패했다.

 

만들기 못하는 나는 아이를 도와주다가 항상 먼저 짜증이 밀려온다. 안되면 화부터 나서 왠만하면 자신있는거 말고는 도전하지 않으려한다. 나는 그곳 직원에게 혹시 안되면 도와 주시냐고 물었더니 어렵지 않다며 만들기 과정을 핸드폰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결국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거다. 색은 우현이가 칠하고 조립으로 들어가자 실제 텐트 치는 것 못지않게 어려웠다. 몇 번을 해도 제대로 모양이 안나오니 슬슬 내안에 있는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그 모습이 감지되었던 아이는 그냥 조용히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 보다못한 직원분이 오시더니 이렇게 안될이가 없는데 하시며 결국 조립을 대신 해 주셨다

 

사람이 다 잘 하는건 아니지만 이럴때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내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하다. 기분도 풀겸 횟집에서 나오는 맛있는 고급(?) 새우튀김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조식 시간이 오전8시간대가 몰려서 11시부터 시작하는 시간대로 배정받았다. 간단히 아침 해결 후 뒷산 숲속 산책로를 갔는데 역시 나는 숲 취향이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우현이도 곳곳에 있는 숲속 놀이터에서 재미나게 놀았다. 슬슬 배가 고파져 1130분쯤 밥을 먹으러 왔는데 식사 줄이 너무길다. 의아해 하며 줄을 섰는데 우리 앞에 두 가족이나 새치기를 했다. 밥도 늦게 먹어 짜증이 난 나는 두 가족 중 한 가족에게만 조심스레 이야기 하고 한 칸 앞으로 갔다. 우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고 화장실을 찾아보려고 살짝 앞쪽을 보니 이게 왠일인가. 우리가 섰던 줄은 식당 줄이 아니라 놀이 시설을 타기위한 줄이었다. 시간을 보니 1210분이었다. 점심시간은 1230분까지다. 서둘러 식당으로 가니 점심은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느긋하게 여유롭게 먹자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그 맛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쑤셔 넣었다.

그 뒤로도 키즈카페, 하늘 그네, 놀이기구 한번 더, 돌아오기 전에 샤워까지... 꽉 채운 12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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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번 여행을 돌아보니 웃음이 나왔다. 훌쩍 큰 아이와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것은 예상 밖의 즐거움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여행의 맛을 각자의 삶에서 만나고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