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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사진자료

[이 한 장의 사진] 아찔한 기억

노랑나비님이 베트남 여행중 찍은 사진 그러나 노랑나비는 이 사진속에 없다는 반전. 부채를 들고 계신분은 노랑나비님의 짝궁^^

외국 여행하면 생각나는 기억? 경험 음식 추억 기타 등등 긍정의 키워드와 달리 창피했고 아찔한 기억이 있어 이 한 장의 사진에 사연을 적는다.

4년 전 베트남 다낭으로 여자 넷 여행을 왔었고 그 나라의 문화를 몸으로 체험해 보려면 
1. 재래시장에 간다. 2.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구매한다. 3. 아오자이를 입고 다녀본다. 
4. 베트남 현지 음식을 맛본다. 5. 마사지를 받는다. 등등 의견이 모아진 우리는 1번 미션 수행하기 위해 숙소에 짐만 옮겨 두고 재래시장을 찾아 나섰고 그곳에 도착하여 옷가게에 들러 각자 선호하는 아오자이를 선택했고. 즉석에서 수선 해주시는 솜씨 좋은 주인으로 보이는 어르신 덕택에 5분 만에 후다닥 아오자이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곁에서 시중을 들던 주인아저씨가 어느새 우리 뒤를 따라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국어를 총알 쏟아내듯 쉴새 없이 퍼붓는 덕택에 우리도 질세라 모국어를 쏟아내며 옥신각신 소란스러운 상황이 생겼다.
옷 비용을 계산하지 못한 실수를 알게 된 것은 실랑이를 한참 겪은 뒤였다. 
넷은 창피함과 미안함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쏘리쏘리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달러로 계산하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급히 벗어나 뛰어가는 우리 뒤를 따라와 거스름돈 500동을 주며 돌아서는 노부부의 당당했던 뒷모습에서 상대적으로 창피함의 무게감이 큰 우리는 호텔 내부 시설에서 조용히 문화 체험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워드로 바뀐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티브이 홈쇼핑에서 다낭여행을 떠들어 대는 걸 열심히 보고 있는 나의 반쪽은 코로나 확진으로 3월 계획된 가족 여행(제주도)에서 배제되어 홀로 집을 지킨 것을 두 달 넘게 우려먹더니 꼭 국제선 타고 여행 간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촉은 왠지 일을 저지 릴 것 같은 안 좋은 예감 그것은 항상 적중한다. 
아니다 아니다 거부한다. 
무튼 내적 갈등 속에서 옷장 정리하고 있는데 다가와서 저렴한 비용의 여행 상품을 선택한 자신의 탁월함을 우쭐대며 6월 00일부터 00일 까지 3박 5일 다낭여행이니 준비하라고 신나 하며 통보하는 남편 음 4년 전에 난 친구들이랑 다녀왔으니 자기야 좀 더 기다렸다가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될까? 
조심스럽게 제안하였는데 완고한 남편은 옷장에 붙박이처럼 걸려 있는 아오자이를 보며 저거 입으면 되겠네. 라고 못을 박아 버림.

딱히 안된다고 할 명분이 없어 마음을 비우고 따라나선 여행 다낭에 도착해 일정을 살펴보니
여행 장소나 머무는 곳 어느 여행사나 비슷하겠지만 남편이 선택한 곳은 자유로운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장점 덕택에 아침엔 아오자이를 입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반바지가 필요한 남편이 재래시장을 제안하여 반바지를 구매하고 오는 재래시장 입구로 다시 나오는 길 에 한 옷가게 진열장에 전시된 원피스에 시선이 꽂혀 가격을 알아보려고 들어간 곳.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아내 곁에 시중을 들고 있는 남편 노부부의 모습이 익숙하여 기억을 더듬어 가계 구석구석 돌아보아도 아리송한 기억이지만 왠지 4년 전 그때의 모습 저분들이 맞는 것 같았다.

일단 원하는 원피스 가격을 물었고 치수를 재고 수선을 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아내의 시중을 들면서도 바지런하신 어르신은 어느새 음료를 가져와 모국어와 보디랭귀지를 섞어 가며 우리에게 자신의 이름을 딴 가게라고 소개를 시작으로 37년 되었고 아들이 둘인데 둘째 아들이 캐나다로 가서 유학 중이라고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어르신 4년 전과 똑같이 변함없는 모습에서 확신이 들었다,

내 핸드폰 로밍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검색도 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야 하나 망설이며 입고 있는 아오자이만 만지락 거리고 있는데 어르신의 큰아들과 초등교사인 큰며느리가 가게로 왔길래 와이파이가 가능한지 묻고 연결을 부탁하여. 베트남어 동시통역을 통해서 4년 전의 에피소드에 관해 먼저 이야기를 하였는데 기억을 하는 것 같았다.

사과하고 어르신들이 보여주신 인내력 덕택에 웃음거리 사건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음에 또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달하였다.
다낭에서의 3박 중 그분과 큰아들 내외 초등생 손녀까지 한 번의 만남이 더 있었고 어르신은 캐나다로 유학 보낸 아들 생각을 하면 베트남으로 여행 온 외국인에게 절로 관대해진다는 겸손한 마음을 보여주셨는데 78세의 연세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고 유머가 넘치시는 노부부였다.
그분들을 통해 겸손과 자존감에 대해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5시간 이상 연착이 되고 있으면 승객들에게 제대로 알려 줘야 하는데 현지 환경이 열악한 탓인지 느긋한 문화 덕택 인지 베트남 공항은 안내 자체를 하지 않고 비좁은 의자에 앉아 무작정 기다리게 하니 성질 급한 남편은 속이 타고 지쳐서 투덜이가 되어 결국 겨울에 다낭으로 다시 온다고 그분들과 했던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 
라고 함 이런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이 라고 한마디 쏘아붙여 줄까 했는데 평생 풀지 못했을 뻔한 숙제를 남편이 추진한 여행 덕택에 할 수 있게 도와준 일등 공신이었기에 귀엽게 봐 주기로 하였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다. 경험하였고 맞는 말 같아 앞으로 맹신할거 같다, ㅋ
여행에서의 “좋은 기억” 나에게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되어준 뜨아 씨 부부가 담긴 한 장의 사진을 올려보며 22년 6월의 그때를 소환해본다.….

 

- 노랑나비

 

 

* 노랑나비님은 현재 경기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활동을 하고 계시는 깨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