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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사진자료

[이 한 장의 사진] 엘리베이터와 기후 위기

정지된 엘리베이터를 대신한 계단, 그리고 소변금지

요즘 12층 집에 오르는 길, 한 번씩 쉬어갑니다. 지어진지 올해로 30년 된 아파트 6개동 17대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지된 28일 이후의 귀가 장면입니다. 주민대표회의가 여러 이유와 갈등 속에 파행이 이어져왔고, 승강기안전공단에서 경고한 안전조치 이행시한을 결국 넘겨 운행금지 처분이 내려진 까닭입니다. 현재 승강기 전면교체냐 부분교체냐를 두고 주민투표를 거쳐 4~5개월의 기간이 예상되는 부분교체로 결정하여 진행 중입니다. 잘하면 6, 어쩌면 7월 넘어야 엘리베이터를 다시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나니 보이는 장면, 마주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우리 동 13200여 세대들 중에서 주문한 택배 상품들은 1층 현관에 매일 펼쳐 놓여집니다. 분실된 택배를 다시 갖다놓으라는 분노의 경고장이 벌써 여러 건 붙었습니다. 우리 층만해도 옆집 예슬이 할머니를 비롯해 4~5분의 어르신들이 계신 것으로 봐왔는데, 힘겨운 걸음과 거친 숨으로라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계단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생활은? 아파트 관리 인력들의 노동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위급상황이 닥친다면? 아파트 내 집단적 갈등과 불신이, 그를 방관해온 주민들이 빚어온 문제지점에서 누구하나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큰 고통이 되고 있을 이 상황을 잘 넘겨낼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기후위기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운행중지 이후 계단 5, 10층에 의자가 놓여서 짐 들고 오르내리는 길에 요긴하게 멈추었다 갑니다. 대책으로 발견된 것은 이 것뿐입니다. 이전에는 각 층마다 소변금지글자가 계단 이용을 꺼려지게 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간에 확실히 금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순효과이겠습니다. 활동회원 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