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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

[온다연대]모두가 평등한 마라톤을 위해

화성시청앞 기자회견

 

화성 효마라톤 피켓팅

 

지난 5월 8일.

화성 효마라톤 참가대상 차별적 기준을 규탄하는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화성효마라톤 대회'라는 구호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는 한부모가족이나 자매, 형제, 동성애가족은 참가할 수 없는 등록시스템을 지금껏 반복해오고 있었어요. 

동료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이 사건은 기사로 가시화되고 화성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마라톤 당일은 귀빈석 앞에서 피켓을 들며 시민들에게 평등한 마라톤을 알리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화성시장은 단상위에서 내년에는 평등한 마라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아래는 화성시청 앞에서 발언했던 발언 중 인상깊었던 경기여선연대 김은지활동가의 발언문을 허락받고 올립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경기여성연대에서 함께하고 있는 김은지입니다. 화성 효마라톤 대회가 26회를 맞이한 것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저는 지방 소도시 지역 출신인데요.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로 지속된 지역의 달리기 축제가 이렇게 오래 계속되는 것이 정말 멋지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멋진 행사를 안내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더니 첫 화면에 크게 쓰여있더라고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화성효마라톤 대회’.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네, 저도 이 마라톤에 정말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맞느냐고, 대답 없는 화성시에 거듭 물어보려고 나왔습니다. 활동가 랄라 님께서 방금 자세히 전해주신 과정을 같이 지켜본 시민으로서의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여덟 가구가 있는 빌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주로 1인 가구만 사는 원룸 건물이 아니라서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가족들이 고루 살고 있는 건물입니다. 저는 여동생하고 둘이서 꽤 오랫동안 살고 있는데, 자매니까 저도 커플이든 가족이든 참가가 어려운 것은 둘째 치겠습니다. 제가 사는 이 빌라에 1인 가구는 딱 한 집뿐인데요. 그런데도 이 달리기에 ‘온 가족’이 가족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참가 자격이 있는 집은 단 두 가구뿐입니다. 요즘 달리기가 굉장히 사랑받고 있잖아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대시민 체육행사의 참가 자격에 여덟 가구 중 두 가구만 해당된다는 점이 저는 이상합니다. 아쉽습니다.

아쉬움에만 그치면 좋을 텐데요. 제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막막도 합니다. 할머니 손에 자란 친구가 ‘요즘 우리 할매 밭에 나가면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며 걱정하던 얘기, 딸이랑 둘이서 살아온 우리 이모가 며칠 전에 해 준 쑥버무리, 같은 성별의 오래된 애인과 사는 제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리는 오런완 인증샷, 세 명이서 큰맘 먹고 비혈연가구를 이룬 제 동료들이 들려주는 동고동락 에피소드들. 이 장면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모두 배제한 채 열리는 ‘즐거운 축제’를 제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즐거운 축제라고 홍보하는 언론사는요? 이들을 지워버리고 가족이나 효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에게 뭐 어떤 대단한 의미가 남는 걸까요. 지역사회의 인권과 관련된 바로 이런 현안을 다뤄달라고 지면을 줘 놓고서 별거 없는 정당한 얘기도 못하게 하는 경인일보의 보도를 앞으로 어떻게 신뢰해야 하는 걸까요?

‘비정상’으로 취급받던 이런 가족들은 새 시대에 갑자기 새롭게 출현한 것이 아니지요. 다양한 형태로 늘 우리 주변에, 또는 우리 그 자신으로 존재해왔습니다. 20년 넘게 시민들과 함께 한 효마라톤대회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이미 존재해 온 수많은 가족과 커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더 이상 소외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부디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경인일보는 마땅한 목소리를 틀어막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반드시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함께 땀 흘리고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는 스포츠의 귀한 경험과 가치를 화성 효마톤에서 정말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