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소식/글쓰기 모임 '끄적끄적'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세계'

와플


‘어린이라는 세계’는 독서교실 선생이 어린이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일과 생각을 엮은 소박하고 다정한 글이다.

저자 김소영이 이야기하는 어린이는 다양하다. 느리지만 혼자하고 싶은 어린이, 새로 배운 말로 엉뚱한 문장을 만들어 알은 채 하는 어린이, 어른을 부끄럽게 만드는 어린이..

저자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식은 사려 깊다. 그녀는 신발 끈을 묶고 싶지만 아직 서툰 제자가 맘 상하지 않도록 부러 천천히 묶는것을 도와준다. 심지어 독서교실에 온 어린이의 겉옷 시중을 들며 자신이 더 좋아한다. 어린이가 다른 곳에서도 존중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저자의 행동은 자신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린이들이 소중하기에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 작가는 어린이의 주권과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어린이날에 아동권리를 읽히자고 독자에게 제안한다. 나쁜 어른을 물리치는 어른에서부터 어린이으로부터 배우려는 마음까지 진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태도와 생각이다.

공부방에서 만난 어린이를 만난 글은 쉽게 읽혔으나 그런 생각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그녀의 시선은 어른이나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다. 저자는 어린이가 존중받는 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할지 부드럽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가 아닌 사람들이 어린이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책을 통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어떤 어린이는 여전히 TV로 세상을 배운다. 주로 외로운 어린이들이 그럴 것이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어린이라는 세계,102)

저자가 생각하는 아이들 중에는 외로운 아이도 있다. 소외된 존재 향한 생각은 엄마의 마음도, 어른의 마음도 아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등장한 부모처럼 자신이 낳은 아이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들은 아이 안에 자신의 탐욕을 투영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소외당하는 존재를 향한 마음은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는 단절되어 있지 않다. 나는 한때 어린이었고, 지금도 어린이들과 살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진지하고 다이나믹한 어린이를 상상하니 주변의 아이들이 달라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듯 아이들을 대한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린이를 미숙하고 귀엽게만 보는 어른들 속에 어린이와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저자가 오래오래 아이들의 선생이면 좋겠다. 

두고두고 책을 곁에 두고 저자의 마음과 어린이라는 존재를 기억하고 싶다.

나는 우리집에 사는 어린이들과 함께 여전히 자라고 있다.

오늘은 99번째 어린이 날이다.

어린 동무들에게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니다.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꺽지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니다.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1923년 5월1일 소파 방정환선생의 어린이 인권 선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