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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 바람곶] 새터민 어린이들의 꿈과 성장을 돕는 공간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새터민 어린이들의 꿈과 성장을 돕는 공간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그린(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가을이 깊어질 무렵 온다 활동회원을 통해서 교육 문의가 하나 들어왔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오신 새터민들의 자녀를 위한 공동생활 시설이 있는데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교육 문의였다. 교육이 어떻게 온다까지 왔는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온다 말고 다른 기관에 교육문의가 왔는데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온다에게까지 왔다.

교육을 의뢰한 기관에서는 그룹홈에서 지내고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3회기로 나누어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셨다. 교육날짜도 주말이고 교육비도 터무니없이 낮았지만 온다에서는 진행해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평상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은 교육 참여자분들 때문이었다.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조금 다른 고민의 결이 있으실 것 같아서 궁금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교육시기가 다가왔고 기관과 교육 관련한 협의를 하기위해 통화를 하게 되었다.

바쁜 시기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부끄럽게도 이번에도 또 반복하면서 늦었지만 교육 전에 확인해야할 것을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통화를 하면서 막연히 내가 교육 속에서 녹여내려고 했던 내용이 어쩌면 핵심을 크게 빗겨나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하는 교육 참여자 분석과 기관에서의 요청사항을 너무 늦게 파악한 나의 실수가 가장 컸다.

기관 선생님은 ‘우리 애들이 평상시에도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하시며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럼 기관에서는 어떤 교육을 기대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여기에 지내는 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인데 너무 밤늦게 다니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이 위험한데 아이들은 그런 통제가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보호차원에서 그런 건 인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이들한테 그런 말씀을 조금 해달라고 하셨다.

순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우선은 본인이 입고싶은 옷을 입는 것은 인권이라는 말씀드리며 온다는 국제적으로 약속한 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문제는 교육에 참여하는 청소년보다 기관 선생님들의 인권에 대한 재정립이 더 필요해보였다.

돌아보니 여러 기관 혹은 공동체 안에서 인권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보면 너무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냥 하라고 하니까 하는 그런 교육.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한 발짝 뒤에 물어서 있는 존재로 설정한다. 학교라는 공간을 예를 들면 학생들만 인권교육을 받는 것이 아닌 학교구성원 모두가 인권교육의 기회와 고민이 모아져야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학생들이 아무리 인권교육 받고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보호자와 교사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인권은 제자리 걸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시 새터민 자녀 그룹홈 교육으로 돌아와 보자. 새터민 어린이들의 꿈과 성장을 돕는 그룹홈이라는 가치를 두고 공간을 마련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그 공간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한다.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지? 말이다.

그래서 이번 교육시간에는 ‘집다운 집이란?’ 어떤 것인지 참여자들에게 질문했다. 그랬더니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이 나왔다. 그 동안 하고싶은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말할 기회가 없어서 못했을 뿐이다.

 

 

새터민 아동들과 함께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질문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에서 계속되어야한다. 그 시작점에 이번 교육이 첫 스타트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이 마무리 되고나서 담당 선생님에게 이번 교육시간이 어떠셨는지 물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기관(시설)로 돌아가면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소회를 밝히셨다.

사람들은 보통 기존의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두려워한다. 그런데 한편 한순간도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매순간 변화한다. 선생님의 솔직한 이야기에 감사를 드리며 두렵지만 좋은 세상을 위한 첫걸음에 용기를 내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