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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 바람곶] 나이가 많은 데 왜 존댓말 해요?

 

나이가 많은 데 왜 존댓말 해요? 

 

                                                                                                       여름(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8월 말 오산지역의 한 기관에서 초등학교 돌봄교실 인권교육을 의뢰하였다. 시간당 강사료가 온다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11회차의 장기교육이라는 점을 생각해 교육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올 상반기 동안 ‘그림책으로 만나는 인권’이라는 주제로 수원지역의 몇몇 인권교육활동가들이 모여 교안을 만들고 몇 차례 교육을 진행하였는데, 이 교안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완하고 좀더 꼼꼼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나름의 목표도 있었다.

 

돌봄교실 어린이들은 15명에서 20명 내외의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어린이들이다.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어린이들은 여전히 왁자지껄, 시끌벅적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각자 자기 일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저 사람은 또 뭘 하려나’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돌봄교실 담당선생님께서 귓띔으로 “학생들이 학교수업 마치고, 돌봄에 와서 또 수업받으려면 많이 힘들어 해요.”라고 하신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대화나 활동에 제약이 많아서, 더더욱 힘이 들 것이다.

 

우리 소개를 하고, 앞으로 진행할 내용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있는 데, 한 어린이가 질문을 한다. “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데 왜 존댓말 해요?”라고. 순간 할 말이 딱히 안 떠올랐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반말하기는 그렇잖아요. 다음에 더 많이 만나서 친해지면 말을 놓을 수도 있어요.” 라고는 했지만, 이 질문을 듣고 더욱 확실해진 것은 끝까지 어린이들에게 존댓말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린이들 8년, 9년 인생에 자신에게 존댓말하는 어른을 만나보기는 상당히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 작가는 독서교실에 오는 어린이들의 겉옷 시중을 드는 것을 이야기한다. 겉옷 시중을 받는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워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어깨를 으쓱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야 남에게도 정중하게 대하고, 더 나아가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겉옷 시중은 자신에게 어린이를 대하는 마음을 다잡는 데 중요한 의식이라고.

 

간혹 청소년이나 어린이와 대화할 때 반말이 친근함에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을 있다. 정말 그러한지는 청소년, 어린이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더 명확해지겠지만, 어쨌든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경험을 해보고 그것이 다른 이를 존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참 좋겠다. 우리가 아동인권 강사단 교육을 할 때도 항상 “익숙하지 않.겠지만, 존댓말로 교육을 하면 좋겠다.”라고 제안도 한다. 한 번두은 어색하겠지만 계속 입에 붙여본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러워질 테니까

 

잠재적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교사의 태도, 행동, 언어 등이 학생들에게 일종의 모델로 작용해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교육과정에서는 교사가 말하는 지식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태도에서도 보고 배운다. 교사가 가진 또는 학교 구조가 내포한 규범이나 가치, 신념 등도 함께 배우게 된다. 그래서 교과내용이 아닌 교사의 일상적인 말과 행동은 지식의 내용만큼 중요하고, 학교가 운영되는 방식이나 교사가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따라서 무엇을 배우느냐는 어떻게 배우는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시민이 이번 교육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움을 경험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