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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바람곶]그림책 인권교육 : 가족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어린이와 이야기하기

 

 

 

- 여름(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우연하게도 작년 한 해 동안, 초등학생과 그림책으로 인권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지역아동센터 교육, 돌봄교실 교육, 그리고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공모사업으로 진행한 ‘그림책으로 만나는 신박한 인권세상’ 등 다양한 교육에서 그림책을 활용하였다.

 

그림책 교육을 기획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자료는 ‘나다움 어린이책’ 관련 자료이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시작한 ‘나다움 어린이책’ 프로젝트가 성과 동성애에 대해 노골적(?)으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2020년 조기 종료(배포된 책 회수)되었다. 성평등한 어린이책 목록을 만들고, 학교와 도서관에 보급했던 사업은 끝이 났지만, 이 프로젝트의 참여한 교사와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은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였다. 특히, 학교나 교육 장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교육안도 배포하였다. 이 자료 덕분에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다움 어린이책 자료를 활용하여, 인권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나다움 어린이책 목록에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책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도 이를 활용하여 <가족의 모양-가족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였다.

 

이 주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가족의 모습과 형태는 다양하며, 변화할 수 있고(고정되어 있지 않고), 이상한 모습의 가족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이나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을 함께 읽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사탕>에 등장하는 동동이네 가족은 한부모 가족이다. 물론 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애뜻함, 친구없는 동동이의 외로움,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 등 다양한 내용이 있다.

우선 <알사탕>에 나오는 동동이네 가족이 아닌 사람(혹은 동물) 찾기를 함께 하며, 동동이네 가족이 누구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가족 수나 구성원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해 본다. 그림책 <알사탕>은 초등학생들이 너무 좋아해서 내용도 잘 알고 있고, 다시 읽어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함께 읽기 참 좋은 책이다.

 

또 교육에서 함께 본 영상 중에 <아기공룡 버디:공룡기차(Dinosaur Train)> 시즌1의 ‘7화 나는야 티라노사우르스’가 있다. 이 영상은 아기공룡 버디가 자신의 누구인지, 어떤 공룡인지, 정체성을 찾으려고 떠난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육식공룡 버디가 초식공룡 프테라노돈 가족과 어떻게 함께 살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모습이(성격, 취향, 식성 등)이 어떻게 다른지, 가족 사이에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속한 가족의 모습 대해서도 질문한다. 스티커 활동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우리 가족은 모두 바쁘게 살아요.

- 우리 가족은 좀 한가하게 살아요.

- 우리 가족은 서로 가까이 살아요.

- 우리 가족은 나이 든 사람이 많아요.

- 우리 가족은 나이 적은 사람이 많아요.

- 우리 가족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 우리 가족은 핸드폰(TV) 보는 걸 좋아해요.

- 우리 가족은 많이 모여 살아요.

- 우리 가족은 말이 많고 떠들썩해요.

- 우리 가족은 식구가 적어요.

- 우리 가족은 조용해요.

- 우리 가족은 서로 닮았어요.

- 우리 가족은 별로 안 닮았어요.

- 우리 가족은 동물도 함께 살아요.

 

이런 질문을 통해 가족의 모양이 모두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살펴본다.

이런 질문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 책은 율리아 귈름이 지은 <우리 가족 만나볼래?>이다.

귀여운 동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쉽게 다양한 가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 이외에도 어린이들도 잘 아는 만화 <뽀로로>나 <아기공룡 둘리>도 혈연, 인종, 국적을 넘어서 (심지어 외계인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짧은 교육 시간 안에 흔히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가족 외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다 다루지도 못하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모순에 대해 파헤칠 수도 없지만, 가족이라는 것이 고정된 불변의 모양이 아니라는 것은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가족의 모습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고민의 마음이 살짝 들었다. 이 내용이 누군가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초가을의 어느 날 이 주제를 다룬 후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싸워서, 이혼을 했어요. 따로 살아요. 우리 아빠는 잔소리가 심해요.”라며 말을 건넨 어린이가 있다. 그 어린이에게 자신이 겪는 가족의 문제가 상처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 이야기를 교육에서 한 번쯤 다루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이 자신의 가족을 드러내도 괜찮고, 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약간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