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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바람곶] 성별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성별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와플(인권교육온다 상임활동가)

 

 

 

모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축구단에 소속된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성평등 교육 의뢰가 들어왔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각각 나누어 진행된 교육은 저학년은 남녀 구성이 동일한 반면, 고학년은 여학생 단 한 명뿐이었다. 담당자는 고학년 중 여학생이 혼자인 터라 남학생들과 교육을 듣는 게 어려울 거 같아 저학년과 같이 듣게 될 거란 이야기를 미리 알려주었다. 저학년 틈에 빼죽이 올라온 고학년 여학생은 교육시간 내내 말이 없었다.

 

우리는 각기 다른 동화책으로 성별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학년은 다양한 공간과 환경에서 나다움을 어떻게 발견해 갈지, 고학년은 시대를 뛰어넘은 성차별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하는 동안 저학년 학생들은 여남 가리지 않고 축구에 대해 적극적인 애정을 나타냈다. 교실을 가득 메운 고학년 학생들은 장난기를 가득 머문 학생조차도 축구하기 싫은 사람 손 들어보라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손을 들지 않았다. 그들이 축구를 사랑하는 만큼 어떤 남학생은 발레를 그토록 좋아할 것이며 어떤 여학생은 축구를 무척 좋아할 것이란 이야기로 마무리를 할 무렵이었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영상 하나를 틀어주는데 여자 인형이 화가 나서 자동차 앞바퀴를 발로 툭 치는 장면이 나왔다. 어디선가 반사적으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어후 기세네

 

남학생의 한마디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껏 여자다움 남자다움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한시간의 교육으로는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들의 삶의 터전인 학교와 가정,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그들의 삶에 공기처럼 스며들 때 툭 튀어나오는 말은 다른 언어로 변화될 것이다. 아마도 그때는 여학생 혼자 덩그러니 저학년 학생들 틈에서 교육을 듣지 않아도 될 거고 축구를 향한 애정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