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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글자료

[활동회원글]새들은 편식쟁이

 

귤을 먹고 있는 직박구리와 먹이통에 앉아 있는 박새 photo by 여름

 

 

여름(인권교육온다 활동회원) 

 

보릿고개가 있다. (옛날 말일지 모르지만) 가을동안 풍성하게 거둔 과일과 곡식을 겨우내 먹고 나면, 봄 보리가 여물기 전까지 식량이 다 떨어져 배곯던 시기말이다.

도시의 새들에게도 보릿고개가 있다. 나무 열매도 없고, 들판의 벌레도 없는 겨울은 새들이 배곯는 보릿고개라 한다. 게다가 농촌과 달리 주워 먹을 낱알 하나 없지 않은가.

 

도시 새들의 어려움에 안타까워하는 아파트 옆집 주민의 소개로 올 겨울에는 우리 집에도 새 모이통을 설치하기로 했다. (새 모이통은 칠보생태체험관에서 무료로 받았다.)

 

새 모이통을 설치한 첫날 아침, 새 먹이로 추천받은 땅콩과 해바라기 씨를 새 모이통 안에 가득 넣었다. 큰 기대를 하고 새들을 기다렸지만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없는 사이에 다녀갔는지 저녁에 보니 땅콩만 없어졌지 않은가...

이것을 보고 우리 집에 사는 어린이가 한마디 했다. “새들은 편식쟁이구만.”

 

4-5일이 지나자, 그새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신기하게도 네 가지 종의 새들이 찾아왔다. 가장 먼저 보인 새는 까치이다. 그 다음에 직박구리와 박새가 날아오고, 가장 마지막에 곤줄박이가 나타났다. 새들은 과일도 좋아한다기에 새 모이통 위에 귤도 올려놨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직박구리가 갈 생각을 안하고 쪼아먹고 있다. (다 먹고 똥도 싸고 갔다.)

 

작년 5월 우리집에 찾아온 물까치 가족 photo by 여름

 

집안 앉아서 자연을 느끼는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 줄이야...

올 봄에도 또 새들이 찾아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