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의 지평을 읽고 모두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
지사공 활동가 신은미
연말에 한해 사업을 마감하고서 마음이 가벼워지면 그제야 딱딱하고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내게는 가을보다 겨울이 독서의 계절인 셈이다. 25년 1, 2월에는 ‘인권교육온다’의 독서 모임으로 조효제님의 ‘인권의 지평’을 함께 읽었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혼자 읽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비슷하게 느끼거나 생각이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친구가 생긴 것처럼 즐겁다. 또한 다르게 받아들인 부분이나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이 있으면 저절로 집중하게 되어 알아가며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분량만큼 책을 읽어가는 부담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약속한 분량을 다 읽어 가려고 모임전날 밤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했고,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는 소리를 내어 읽기도 했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가며 집중하고, 읽는 속도에 가속을 붙이는 작전이다.
그렇게 소리 내어 읽어가다가 뜻밖에 목이 메 읽지 못한 일이 생겼다. IRA 수감자들의 단식투쟁 사례를 읽다가 북받치는 감정에 목이 메었다. 호의에 의한 시혜와 권리에 의한 요구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며 그 둘 사이의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가르기도 했다. 호의든지 권리든지 그 둘의 내용은 같았는데 IRA 수감자들은 특전의 형식(호의에 의한 시혜)을 거부했다. 사람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주체임을 자각하고 권리를 요구할 줄 알거나, 경우에 따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인격을 갖추는 것이 인권 달성의 첫걸음이 된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의 5장은 인권의 사회심리적 차원에서 폭력과 공격성의 뿌리, 그리고 갈등과 폭력을 교사 선동, 지시하는 지도자의 심리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다. 답답한 지금의 상황에서 무척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매번 독서 모임의 대화가 많아서 마쳐야 하는 시간을 먼저 정해놓고 이야기 나누었는데, 특히 이 부분은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가해 집단이 심리적 보호 기재로부터 보호받고 자신에 대한 합리화와 정당화를 완료한 뒤에는 객관적 사실이나 진상규명으로도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집단 간 적대를 그치려면 무엇보다 사회구조적 정의와 공평함의 토대가 확장되는 사회적 조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 변화라는 게 쉽거나 빠를 수 없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지어졌다. 흔들리는 정의와 공평함을 다시 세워 확인하며 탄탄하게 다져가야 갈등과 폭력을 교사하는 지도자의 재탄생을 막을 수 있다.
저자인 조효제님은 이 책에서 인권의 내재적·표출적 역할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한다. 인권의 표출적 역할보다 인권의 도구적 역할이 부각되면서 법제화된 미시적 개별 권리 운동에 몰두하며 인권을 권리침해의 즉각적 해결로 이해하는 것을 우려한다.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철학적·정치적 담론으로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인권의 핵심 목표이며 자유·평등·우애의 추상적 가치를 민주주의의 역사적 과정에서 끈기 있게 진전시킬 때, 결국 개별 권리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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