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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인권교육 바람곶

[인권교육 바람곶] 어린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어린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여름(인권교육 온다 활동 회원)

 

 

 

며칠 전에 어린이날이 지났고, 글을 쓰는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뉴스에 어버이날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위가 책, 그 뒤로 케이크와 꽃다발, 최신형 핸드폰이라는 기사가 떴다. 반면, 원하는 선물 단연 1위는 용돈, 그 뒤로 전화와 편지, 건강식품과 가전 등이라 한다. 선물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서로 원하는 것에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

 

어린이날의 동상이몽도 비슷한 것 같다. 100년 전쯤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들도 사람답게 대우해야 한다며 만든 어린이날. 부모에겐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을 사주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깊어지는 날이다.

어린이날 나도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사러 마트에 갔다. 장난감 코너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로 발 디딜 곳이 없다. 아이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장난감 앞에서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어 갈팡질팡 하고,, 선택을 못하는 아이 옆에서 부모는 짜증 난 목소리로 선택을 종용한다. 30분째 망설이는 아이 앞에서 나도 짜증이 나긴 매 한 가지다.. 어쨌든 이 날의 마무리도 선물이다.

 

부모와 자녀가 정말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선물일까? 혹시 선물 말고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까?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코로나 19가 1, 2월에 다행히도 어린이들의 생각을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수원지역 다 함께 돌봄 센터 **돌봄센터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0여 명의 어린이들을 인권이라는 주제로 만났다. 소중한 나-자기 소개하기, 우리끼리 지켜야 할 약속 정하기, 물건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경계 정하기, 내가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 어린이의 놀 권리 등 다양한 주제로 6회기 동안 함께 했다.

 

OO 다함께돌봄센터 교육에서 나왔던 이야기

프로그램 중간에 어린이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어른이나 친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무엇인지? 과연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에게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는 단연 잔소리! 대부분 학생들은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빨리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반대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칭찬, 사랑해, 고마워 라는 말이었다.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잘했어라는 칭찬,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에 가장 인색하다고 생각했다.

친구 관계에서는 어떨까? 친구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너가 싫어’, ‘절교해’, ‘너랑 안 놀 거야’, 욕 등 친구 관계를 끝내자는 말이었다. 반대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같이 놀자’, ‘넌 내 친구야’ ‘고마워등이다. 학교에 학원에 바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테고, 공부보다는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이 더 그리울 것이다.

2018년 보건복지부 아동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들에게 옷이나 먹거리, 주거 등 물질적인 결핍보다는 가족행사, 친구관계, 여가활동 등 사회관계의 결핍이 더 심각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원하는 물건을 예전보다 좀 더 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족 사이의 관심이나 친구 사이의 우정을 대체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듯하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봄에도 한 학기 동안 다함께돌봄센터의 어린이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해져 여름이 코앞인데도 아직 어린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친구들 사이에, 돌봄 센터 선생님들과 어린이들 사이에, 나와 어린이들 사이에 서로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질 것 같다. 아마도 여름이 되면 가능하겠지?